밀린 숙제는 거의 했다. 한 칸씩 밀려 쓴 답안지는 차라리 제출하지 않는 것이 나을는지 모르지만, 내용에 대한 평가는 둘째 치고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다는 법안들은 2006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제도개선 과제로 남은 것은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과 민주노총이 빠진 노사정이 합의한 산재보험법 개정안 정도다.

밀린 숙제들에 대한 평가가 현실화될 시점이 2007년이다. 공무원노조특별법과 같이 ‘법 따로 현실 따로’ 현상이 나타나 노사갈등을 더 부추기는 회초리감이 될지 주목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노사정 및 공익 94명을 대상으로 2007년 주요하게 부각될 이슈를 조사했다. 주관식 문항이었다. 3가지를 꼽고 이유를 함께 물었다.
 


산별교섭, 시각차·준비부족 이유 상당한 갈등

기대와 우려가 함께였다. 지난해 금속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별노조의 대거 산별 전환이 노조운동 내부 위기와 한계를 돌파할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고, 산별노조 운동이 전국 노사관계 지형변화도 함께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럼에도 산별교섭을 둘러싼 노사간 현격한 시각 차이와 준비부족으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는 것도 물론이다. 사용자측이 교섭테이블 참여에 소극적일 경우 ‘교섭’ 자체를 목표로 한 파업도 예상된다.

산별교섭 구조와 의제 확정에 대해 노동계 내부 견해차가 예상되기도 했다. 리더십 재편, 즉 통합 금속노조 지도부 선출 등과 맞물려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설사 산별교섭이 이뤄진다하더라도 산별교섭과 별도로 지불능력 있는 대기업은 기업별 교섭에, 중소영세사업장은 지역교섭-기업교섭 틀로 갈 가능성도 예측됐다. 이때 대기업 사업장에 조직돼 있는 비정규직 노조는 별도교섭이 불가피해 원청 정규직과 분리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지적된다.

다만 이미 교섭테이블이 형성된 보건의료 및 금융 노사의 경우 교섭구조와 관련한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근로 50% 허용에 대한 노사 양측의 대응에 따라 이것조차 불안정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벌써부터 2년 후 해고문제가 걱정?

비정규 관련 3개 개정법안이 올 7월부터 300인 이상 및 공공부문에서부터 시행된다. ‘보호’라는 단어가 포함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비정규 보호장치로 기능할지 주목된다. 아직 어떤 것이 ‘불합리한 차별’인지 사례연구도 거의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차별시정 관련, 노동사건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금융권에서 불합리한 차별 금지를 피해가기 위해 차별적 분리직군제 도입을 서두르는 등 각종 편법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2년 후 계속 사용시 무기계약 간주(혹은 고용의무)를 피하기 위한 ‘2년 직전’ 해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98년 파견법 시행과정에서 학습했다.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2007년 7월1일자로 2년이 되거나 2년이 넘어서는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노사갈등도 예상된다.

파견대상 업종 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도 우려된다.
최근 비정규직 3,100명 정규직화에 노사가 합의한 우리은행 사례를 들어 정규직 양보를 전제로 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사용자가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노동계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미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노동조건에서의 격차는 고착화(구조화)됐다.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비정규직 내부 격차까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스스로 뭉쳐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존 정규직노조도 산별노조로 통합돼 인적·물적 자원이 더 확보되면 비정규 조직화를 위한 노력이 더해지겠지만, 산별노조의 원활한 운영과 안정적인 교섭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비정규 노사분규를 규율하기 어려워 노사분규 심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이 잔여 노동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를 둘러싼 협상정치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올해도 몇 차례 화물연대와 덤프연대가 파업을 했다. 운송료 인상 등의 요구도 있지만 노동자성 인정과 같은 제도개선 요구도 있다. 현재까지 노동부는 경제법상의 보호대책만 내놨을 뿐 노동법 규율방식은 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집단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로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동계 대선 후보는 누구?…한국노총은 어떤 선택?

2007년은 뭐니 뭐니 해도 정치의 해다. 이미 대선을 향한 행보는 시작됐고, 앞으로 정계개편이 어떻게 될지, 하루하루 촉각이 곤두선다. 노동 진영도 바쁘다. 대선이 주목된다고 한 답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노동자 후보가 누가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가 누구일지, 그 후보는 어떤 공약을 내걸 것인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지 등이 관심이다. 민주노동당 후보군은 대개 4명으로 압축된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과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이 3번째 대선후보가 될 것인지, 신진 주자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또 하나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지지와는 별개로 한국노총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과 정치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밝혔다. 결국 기존 정당 가운데에서 한국노총식 노동운동을 지지하고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를 약속하는 쪽을 지지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녹색사민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했던 2004년 총선 국면과는 사뭇 다르다. 독자노선도 폐기했고, 진보정당 지지도 폐기했다. 민주노동당의 폭넓은 지지층 확보에도, 노동자 대표성 확보에도 난관을 예상케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대선 국면에서 각종 노동현안이 이슈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표를 겨냥한 선심성 공약, 행정조치가 많아질 것이고, 그 분출구를 노동진영이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정규직 같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분출되는 억눌림만큼이나 투쟁은 더 극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불안불안’

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전국공무원노조’는 법외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합법화 문제가 여전히 쟁점이 될 것이다. 법 내로 들어간 공무원노동조합 조직들도 아직 사용자인 정부와 교섭한번 못했다. 교섭창구 문제가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가 법 내·외 노조 막론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요한 갈등요인이다.

필수공익사업장 노조의 경우, 기존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임단협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직권중재가 폐지됐다고는 하지만 파업참가자의 50%까지 대체근로로 투입될 수 있고, 필수업무 유지부담도 안고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상존한다. 파업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경우 마찰이 예상되며, 파업이 끝난 이후 파업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한 해고도 우려된다. 대체근로자를 ‘파업기간에 한하여’ 채용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대체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자 한다면 인원과잉 상황이 발생하고, 파업을 거친 뒤라는 이유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려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선임권(seniority : 해고할 때 나중에 채용한 자부터 대상자로 선정함)이 없는 상황에서 근무성적 등 기존 평가기준대로 대상자를 정한다면 파업참가자 해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공공서비스노조나 운수노조 등이 산별노조의 틀을 갖추고 정부를 상대로 산별교섭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 이로 인한 노사갈등도 예견된다.

로드맵, 노사관계 ‘선진화’ 견인차?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조직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조항이 적지 않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가로막아왔던 건 사실이다. 워커힐호텔 명월관 노동자들이 그랬고,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이 그랬다. 합법성을 얻지 못해 투쟁과정에 노조가 해산되기도 했고, 정규직노조의 규약개정에 힘입어 경우 합법화되기도 했지만 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투쟁’이어야 했다. 로드맵 법안 시행으로 앞으로도 3년간, 그들은 더 저항을 조직하거나 아니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을 때 사용자측이 미리 다른 노조를 만들어 노조 결성 및 임단협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행령 사항인 필수공익사업장 필수유지업무와 관련해서도, 무엇을 필수유지업무로 볼 지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와 함께 로드맵 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제기될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순항할까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복원될지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2월에 노사발전재단이 설립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민주노총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사회적 대화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만약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 노사정위 중심의 대화 혹은 교섭이 계속 진행된다면, 민주노총의 반발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미 비정규법 합의나, 로드맵 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 합의 등에서 충분히 확인됐다. 그래서 민주노총을 제외한 ‘야합’이 계속될 것이며, 반노동자정책으로 일관된 개악과 후퇴만 거듭될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노사발전재단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노조운동과 노사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고용문제에서 노사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나갈 전망을 갖게 한다는 기대도 있었다. 올해가 출범 후 첫 시험대이다.




민주노총 새 위원장은 누구?
…이주노동자 제도 고용허가제로 일원화
올해 주목해야 할 인물 2위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꼽혔지만 주목할 이슈에서는 수위에 오르진 못했다. 선거가 신년 초인 1월에 치러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안팎으로 ‘위기’ 진단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을 어떻게 세우고 끌고 갈지 주목된다.


혹자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언급했다. 실천되지 못한 총파업, 금속 중심의 대규모 투쟁에 의존할 경우 민주노총의 정치사회적 고립은 심화되고 우파 노조들의 공세가 일정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관련해서 전투적 조합주의 퇴조와 공익적·노사협조적 노조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주노동자 제도가 올해부터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산업연수제도 시행과정에서 나타났던 이권단체의 중간 착복, 인권유린 등의 문제가 재현되지 않도록 제반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점에서였다.


고용문제는 여전히 주목해야 할 이슈로 꼽혔다. 경제여건도 그리 좋지 않은 데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고령화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매년 심각성을 더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2007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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