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노동교육원이 전태일 기념사업회가 9일 주최했던 토론회의 발제문 중 정부를 비판한 내용을 빼달라고 요구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산하기관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양 단체 간 마찰로 교육원이 토론회에 지원키로 한 후원금과 장소 등이 취소되면서 기념사업회는 토론회 개최 하루 전인 8일, 장소를 서울 종로에 위치한 기독교회관으로 옮기는 등 혼란을 빚었다.

9일 전태일 기념사업회와 한국노동교육원에 따르면 이들은 전태일 36주년을 맞아 이날 열린 ‘한국형 사회협약, 과연 가능한가’ 토론회를 앞두고 박태주 박사의 발제문을 두고 논란을 빚어 왔다. “선한승 교육원장이 박태주 박사의 발제문 중 정부를 비판한 내용을 문제 삼아 이를 빼 달라”고 했다는 것이 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노동교육원도 “박태주 박사의 발제문이 중립적이지 않고 노동계쪽에 치우쳤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이를 인정했다. 다만 “발제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고 토론 자료집에서만 빼 달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양 단체 간 마찰로 인해 당초 한국노동교육원이 토론회에 지원키로 한 650만원의 후원금과 장소 제공도 8일 급작스럽게 취소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물론 이같은 지원 취소는 교육원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념사업회의 입장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기념사업회는 “정부 산하기관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해서 정부를 비판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노동교육원쪽은 “정부 산하기관이라서 정부 비판을 막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교육원은 노사(정) 중립적인 위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준수해 줄 것을 요청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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