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금융특위는 ‘금융부문 상시적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안정방안’이란 제목의 의제를 채택한 뒤 금융노조, 은행연합회, 재경부로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흥은행, 외환은행 등 현장방문 및 노사의견 청취를 한 데 이어 이철수 서울대 교수(박제성·박은정 공동연구)가 용역책임을 맡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의 상시적 구조조정에 따른 법제도에 대한 사례연구(2005.11~2006.2)를 진행하는 한편, 제2금융권(부국증권 사례 등) 상시 구조조정 사례를 청취해 왔다.
이에 따라 금융특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철수 교수의 연구 발표에 이어 임상훈 한양대 교수의 노사관계 측면의 대응방안을 들어 금융특위 논의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관계로 금융 구조조정 대응해야”
이날 임상훈 교수의 ‘금융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체제 개선’이란 주제발표에 따르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2004년 현재 금융산업 전체 취업자수는 73만8천명 정도로 금융구조조정 추진 이전보다 약 3만5천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과 2005년을 비교하면 8개 시중은행 총원은 11만6,050명에서 8만2,670명으로 28.8%가 줄어들었다.
상시적 구조조정도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DB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 비자발적 이직이 35.0%였던 데 반해 2005년 47.6%로 12.6%p가 증가했다. 임 교수는 “비자발적 이직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금융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사업주 권고에 의한 명예퇴직이 2002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금융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에 대해 노사관계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금융기관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시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속도, 진행방식과 절차에 있어서 노사정간 협의가 활성화되고 합의가 마련된다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 종사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한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노사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수준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도모하고 구조조정 대비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노사관계 안정을 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제해고·변경해약고지로 구조조정 접근”
이철수 교수는 이날 ‘상시적 구조조정에 따른 외국의 법제 현황과 고용안정을 위한 시사점’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근로계약 또는 근로조건의 변경을 통해 기업의 노동구조를 재편하는 문제가 노동법에서도 피할 수 없는 핵심적인 문제가 됐다”며 “각 나라는 고유한 법적 개념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독일에서는 ‘변경해약고지’, 영국과 미국에서는 ‘의제해고’의 개념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의제해고 또는 변경해약고지는 예컨대 사용자의 부당한 배치전환이나 권유에 못 이겨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사용자가 제시한 일정한 근로조건의 변경을 수락하지 않아 해고당한 경우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이라는 것이다.
우선 ‘의제해고’는 해고를 사용자의 발의(주도권)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해고에 미치지 못하는 특정한 사용자의 행위에 대해 근로자가 사직해서 의제해고를 주장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74년 해고구제제도 일환으로 의제해고제가 도입됐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근본적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근로자는 이를 이유로 사직해 의제해고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근로조건을 불이익 변경하는데 있어 근로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에서 시행되는 ‘변경해약고지’는 해고와 새로운 계약의 제안으로 구성된 법률행위라고 정의된다. 사용자의 변경해약고지에 대해 근로자는 제안 받은대로 수락하거나 거절하거나 혹은 근로조건 변경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것을 조건으로 유보적으로 수락하는 3가지 입장 중 하나를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변경해약고지제도를 통해 경영상 이유에 의해 기업이 조직변경 및 근로조건 변경을 필요로 하는 경우 해고라는 극단적 조치를 피하면서 경영상의 결정을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용자의 부당한 배치전환이나 처우에 못이겨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직의사 표시가 비진의·사기·강박 등에 하자가 없으면 사용자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행의 법 운용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의제해고제도의 발상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노동뉴스> 2006년 11월 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