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이종화 대구 북구청장과 노병정 부구청장, 총무국장과 총무과장 등이 구청장실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변호사 4명과 노무사 2명으로 꾸려진 대규모 조사단.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북구청의 주요 임원들. 이들은 만나 무슨 말을 나눴는지, 왜 북구청은 '불편한 손님'을 맞아야 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직무명령 일주일만에 치러진 조직전환 투표
대구 북구청은 지난달 23일 내려진 행정자치부의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지침’에 따라, 31일자로 ‘합법노조 전환 직무명령’을 내렸다.
이 직무명령에는 △4월 봉급지급 시부터 직장협의회 회비 원천공제 금지 △불법단체 사무실 폐쇄 조치 △기존 모든 합의사항 파기 △구내 식당 및 자판기 수익사업 환수 △불법단체와 일체의 대화 및 교섭 불허 △자진탈퇴 거부 및 불법집단행동 등에 엄중조치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일주일 뒤에 전국공무원노조 산하 대구 북구지회는 지난 4월7일 ‘합법노조 찬반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공무원노조가 특별법을 거부하고, 법외노조로 남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산하조직에서 법내노조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투표를 한 것이다. 지회 조합원 830명 중 541명이 투표해, 330명이 조직전환에 찬성했다. 조직형태 변경 시에 필요한 과반수 참석과 참석 인원의 2/3 규정을 넘기지 못해 일단 전환은 부결된 셈.
구청쪽의 직무명령과 뒤이은 지회의 찬반투표. 이 사이에 구청측이 ‘부당노동행위 및 인권침해를 했는지’, ‘찬반투표 과정에서 북구청이 개입을 했는지’가 진상조사단이 밝힐 주제들이었다.

1월에는 29명, 4월에는 541명
이원재, 권두섭, 맹주천 변호사가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가는 길, 지난 과정을 정리한 ‘기초자료’를 보며, 진상조사단은 고개를 ‘갸우뚱’할 부분을 메모하며, 조사할 내용들을 잡아갔다.
첫번째로, 사용자인 구청장이 합법노조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운영 지배개입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구청장의 생각부터 묻고, 직무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후속조치를 강구할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일.
또한 7일 투표 당일날, 수차례에 걸쳐 사내방송을 통해 투표 독려를 하고, 순회투표함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구청측의 지원이 있었는지, 지부 임원들과 부구청장이 가진 만찬에서 “노조간부들이 노조할동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면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제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등 여러 정황들의 ‘실체’를 밝혀내야 했다.
또한 지난 1월 민주노총 가입 찬반 및 중앙임원선거 때, 29명이 투표를 했고, 지난 7일 투표에선 541명이 투표를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 만큼 ‘진상’을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오전 11시, 진상조사단이 구청장실로 들어섰다. 구청장실에는 이종화 구청장과 노병정 부구청장, 북구청 충무국장과 총무과장 등이 구청장실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구청장은 “나는 노조 운영에서 자율성이 1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위 개입이나 말도 안 되는 탄압, 자위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으로 자부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직무명령과 관련해선 “법을 지키는 공무원의 입장으로서 행자부에서 온 공문을 내린 것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7일 전환투표 시의 개입 사실을 일체 부정했다.
"직무명령 이후 실질조치 검토 안해"
또한 이 구청장은 “정부와 ‘전공노’ 사이에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야 할 문제”라면서 “직무명령 이후에 실질적인 조치는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진상조사는 북구청 총무과장이 “이번 전환투표의 경우도, (지회에) (지방)선거전에 조용히 있어라, 우리가 먼저 치고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했다는 말을 하면서 살짝 날이 서기도 했다. 이 말에 대해 조사위원들이, “그 말 역시 지배개입일 수 있다”면서 “의견 표명도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아니냐”고 되묻자, 이 구청장은 “담당 과장이 (실무자인만큼) 좀더 나간것”이라며, “강제성이 있었다고 오해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전체적으로, 구청측은 진상조사를 ‘무사히’ 넘겨 구설에 오르고 싶지 않은 눈치. 조사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뒤이어 조사단은 북구지회 사무실로 향했다. 김도훈 북구지회장은 연락두절 상태였다. 진상조사단이 20여분간 기다리며,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도 연락도 되지 않았다. 전용석 지회 사무국장이 진상조사단의 질문에 답을 했다. 전 사무국장은 구청측의 직무명령 이후에 조합원들이 일부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 인정할 뿐, 구청 측의 투표행위 개입 등에 대해선 부정하거나, ‘모르겠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노'자만 나와도 말을 돌린다”
현직 지부 임원이 새로운 노조를 만드는 일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전 사무국장은 “당장 하는 것은 나도 반대”라고 말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이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답을 했다. 또한 전 사무국장은 “지난 7일 투표는 조직 전환 투표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투표였다”고 주장했다.
구청 측은 ‘지배개입할 의도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 사무국장에게서도 ‘구체적인 개입의 근거’를 찾긴 어려웠다. 그러나 직무명령 1주일만에 찬반투표가 벌어졌고, 투표을 안내하는 사내방송이 10여차례 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순회투표함을 운용할 때, 구청측이 차량을 지원했다. 조직전환 투표 부결 이후에는 지부 임원(최소한 일부)이 나서 법내노조 설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공교롭게도 3월말 행자부 지침이 내려온 이후에, 대구 북구청과 지부는 ‘아귀’에 맞는 활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몇시간 동안의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모든 것을 밝히진 못했다. 진상조사 말미에 진상조사단은 조합원 2명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말이다. “노동조합의 '노'자만 나오면 직원들이 말을 돌린다. 불이익을 두려워한다.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바로 화제를 돌린다.” 진상조사단은 4월말까지, 원주, 완도 등에서 진상조사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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