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합법화, 비정규직 차별시정, 복수노조 교섭창구 논의 등과 맞물려 노동위원회의 새로운 행정수요 업무가 쏟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논의돼 왔으나 아직도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던 노동위원회 개편방안 논의도 재탄력을 받고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김유성)는 11일 오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노·사·정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효율적인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노동위원회 개편방안 토론회’를 갖고 노동위원회 개편방안 마련에 앞서 의견수렴에 나섰다.<사진>


조정범위 확대 등 조정·심판제도 개선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대·사진)는 노동위원회 조정제도와 심판제도의 개선은 물론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조정제도 개선방안과 관련, 이 교수는 “노사간 집단분쟁은 근로조건의 결정과 관련된 이익분쟁 이외에도 노조전임자 등 조합활동 사항, 구조조정 등 인사·경영 사항, 단협이행 및 해고자복직 등 권리분쟁, 법제도 개선 등 정책·정치적 사항 등에 관한 분쟁 등 다양한 사항이 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조정분쟁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조정전치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며, 조정기간 동안 쟁의행위 중단의무도 삭제하고 조정기간 제한을 없애 충분한 조정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쟁의행위는 성실교섭 이후 최후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쟁의행위 기본원칙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심판제도 개선방안에서 이 교수는 구제명령이 다양화 돼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조합원 권리 침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 명령 등 보다 강화된 구제명령이 필요한 한편, 부당해고와 관련 현행 원직복직 이외 금전배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행 긴급이행명령제도와 확정구제명령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며 구제명령이행확보수단의 실효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행정수요 노동위원회 역할 변화

또한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한 노동위원회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창구단일화가 제도화 된다면 노동위원회 기능은 대폭적으로 보강돼야 한다”며 “새로운 유형의 지배·개입이 발생할 소지가 높고 부당노동행위 사건 수가 늘어나는 한편 교섭단위 결정, 공정대표의무 이행 여부 등 노노간 분쟁에 대한 해결 기능이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선거신청의 적격성 여부 및 선거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및 대표권한의 박탈·정지 등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도 노동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업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법안이 정부여당의 공언대로 이달말 통과된다면 노동위원회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한 ‘차별시정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이 교수는 “비정규직 차별심판 기준에 대한 노사 간의 기대차가 커서 사건 판정마다 대립과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비정규직 차별심판에 대한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는 전담팀을 구성해 실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사관계 분쟁조정을 위한 노동위원회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올해부터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됨에 따라 공무원 노사분쟁 조정업무를 중노위의 ‘공무원노사관계특별조정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돼 있다”며 “이를 위한 노동위원회의 인적·물적 투자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위원회 직제개편 등 조직 개편도 관심

노동위원회 구성·운영 개편방안도 관심사항이다. 이 교수는 우선 상임위원 중심의 효율적 사건처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처리의 일관성·효율성·전문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상임위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심판위원회·차별시정위원회 구성 시 위원장 또는 상임위원 1인이 반드시 참여토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공익위원의 중립성 강화를 위한 위촉방식의 개선도 요구된다며, 현재 노사단체가 공익위원 추천권과 투표권을 두고 있는 것에서 노사의견 수렴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기했다. 조직과 직제 개편을 위해 “선진화방안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심판과 조정업무가 분리·독립돼야 하고 이들 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독립국이 설치돼야 한다”며 “새로운 업무수요를 감안해서 사무처를 신설하고 사무처장은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임명해 업무와 기능에 걸맞는 위상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운기 중노위 사무국장<사진>은 이날 발제를 통해 “노동위원회는 현재 기능과 역할, 위상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는 시기”라며 “노동위원회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제도개선 및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사무국장은 “이제 노동위원회 기능강화 필요성과 새로 부과되는 차별시정, 복수노조에 대비할 필요성이 시급한 점을 감안할 때 더이상 노동위원회 확대 개편을 지연하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노동위원회 문제의 개선과 새로운 행정수요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심판기능은 노동법원으로”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노사는 큰 틀에서 전반적인 노동위원회 개편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으나 서로 엇갈리는 입장도 많아 앞으로 노동위원회 개편방안 마련 시 이같은 의견이 어떻게 수립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판제도의 경우 양대노총 모두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법원을 도입해서 심판기능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는 조정업무를 전담하고 심판업무는 노동법원이 맡아야 한다”며 “구제심판은 사법적 기능이어서 노동위원회가 한계가 있으므로 노동법원이 도입돼 신속·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법원에는 노사 대표의 재판제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을 폐지하고 노동법원이 도입돼야 한다”며 “다만 노동법원 도입 시 노사 참여가 전제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전문법관 중심의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가 심판기능을 유지한다면, 구제기능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긴급이행명령제도를 현재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의지가 그만큼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위원회 개혁의 핵심은 독립성을 통한 공정성 확보”라며 독립성과 공정성의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사무총장은 조정대상 확대와 관련, “노사분쟁의 모든 원인까지도 조정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의무적 단체교섭 범위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직권중재제도 폐지돼야…노동위 의지 부족”

또 노동계는 진정한 의미의 분쟁조정서비스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정전치주의, 직권중재제도의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일 사무총장은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는 조정전치주의를 폐지키로 했으나 최근 정부여당은 조정전치주의는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해서 사전적 예방조정서비스가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또 김 사무총장은 “얼마 전 중노위는 철도노조 파업시에도 직권중재를 했다”며 “당초 중노위는 직권중재 회부를 신중히 하겠다고 했으나 스스로 노동위의 자율적 기능을 지키지 못하는 의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이날 토론자로 나서 “부당해고 구제명령 시 원직복직 이외에 금전배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을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봐선 곤란하다”며 “해고소송까지 가면 여러 관계가 어려워져 돌아갈 자리가 없다든지 동료와의 문제가 벌어지기도 해 대안을 찾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무는 “새로운 행정수요의 확대에 따라 노동위원회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나 적절한 수요를 예측한 뒤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인력과 예산 확대에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중노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말께 노동위원회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