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휴일)라서 그랬을까?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만남은 열린우리당과의 만남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너무 쉽게 풀렸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방문에 대해 크게 반가움을 표현하면서도 섭섭함을 전혀 감추지 않았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도 “심사가 편치 않다”는 말을 전했지만 지난 간담회 때와는 말투나 분위기 등이 사뭇 달랐다.

한국노총은 8일 한나라당의 ‘약속’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의사를 표하며 들뜬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비정규 법안이 한나라당의 약속으로 본회의에서 한국노총이 애초 요구했던 안대로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고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아울러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뜻하지 않았던 ‘선물’을 주어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들뜬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노총은 “책임있는 노동운동을 하겠다”며 ‘비정규법 최종안’을 내놓은 이후, 그 최종안마저 수정되자 ‘결국 책임 못질 안을 내놓았다’며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 왔다. 한국노총은 비정규 법안 통과까지 그 험난한 벼랑을 열린우리당과 함께 올라왔다. 그러나 이같은 안팎의 비난으로 벼랑에서 떨어질듯 말듯 위태로웠던 한국노총의 손을 한나라당이 잡아준 셈이 됐다. 물론 한나라당은 환노위에서 막바지까지 법안 수정을 요구해 한국노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주요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과 간담회에서 이같은 발언들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와 배일도 의원의 발언은 간담회 전 사전논의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간담회를 앞두고 각 의원들에게 법안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를 배포하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를 사전에 하고 온 것은 아니다”라며 이날 두 의원의 발언이 간담회 도중 나온 발언임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립서비스’라고 하기에는 아주 무거운 발언을 내놓고 간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이어진 양 조직 대표자들 간 오찬자리에서 이재오 의원과 배일도 의원은 한국노총의 거듭된 확인에도 흔쾌히 긍정적 대답을 내놨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한국노총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고, 이재오 원내대표가 법안을 재수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한나라당이 이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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