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農心)의 상처가 너무 깊다. 쌀협상 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농업과 농촌을 살려달라며 농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외국손님들 불러다 DDA 타결촉구 특별성명에 앞장선다. 농민은 '참여정부판 향·소·부곡민'인가.
노동자, 특히 비정규 노동자의 상처가 너무 깊다. 노동자의 생명줄은 단결인데, 정부는 헌법적 권리는 외면한 채 뜬금없이 남용만 억제하면 된다며 아주 태평스럽다. 비정규 노동자를 '참여정부판 게토'에 수용하려 하는가.
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구권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 의장과 농성자들이 23일째 단식농성 중인 농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찾았다. 강 의원은 당 의원단의 단식 만류에도 '내 건강보다 농민이 먼저'라며 아랑곳하지 않던 참이었다.
강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하실 일이 많으신데 몸이 너무 상하시면 안 되는 게 아닙니까"라는 인사말을 건넨 뒤 말문이 막혀버렸다. 스무날 넘게 곡기를 끊은 사람 앞에서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비정규 노동자나 농민이나 똑같은 처지인데.
노동자와 농민이 만났다. 그들은 '싸우는 게 너무 힘들어 정작 연대조차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들은 두손을 맞잡고 '노동자도 살고 농민도 살자'며 연대를 다짐했다. 연대가 그들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