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표자회의가 열린다 하더라도 법안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지난달 2일 교섭까지 사용사유제한, 고용보장 방안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이 너무 큰 것이 확인됐고, 대표자회의를 바라보는 각 주체들의 속내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13일 중노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대화를 재개해 노사정이 결단을 내려야 하고 민주노총도 그럴 수 있다”며 대표자회의 개최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자회의 개최를 강하게 주장하기는 한국노총도 마찬가지. 노동계는 공통적으로 6월 비정규보호법안 쟁취를 공식적으로 내걸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양노총의 고민은 차이가 있다.
각 주체들이 대표자회의를 연다고 해서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은 지난 4월 교섭에서 이미 확인된 상황. 하지만 대표자회의에서 대화결렬, 또는 대화 유보 결정이 난다 하더라도 지난 5월2일 이후 분산됐던 사회여론이 일정정도 환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집과 중앙위를 통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법안처리 강행시 20일 총파업‘을 결정해 사실상 투쟁시기 유보를 염두에 둔 민주노총으로서는 잃을 게 별로 없다.
반면 한국노총은 합의시기를 유보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시 법안 논의를 9월로 유보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관심도나 각 교섭 주체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무조건 합의시기를 유보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9월로 넘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역지부장이 사측 레미콘에 깔려 사망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쟁취 총력투쟁을 선언하는 등 비정규 교섭을 대하는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동시에 다소 느슨해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던 민주노총과 공조가 단단해 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달리 정부, 재계는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만을 가지고 국회에서 처리하든가, 아니면 정부법안 원안 처리를 바란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 이처럼 서로 다른 속내에도, 노동계나 사용자나 6월 합의가 어려울뿐더러 6월 법안처리도 어렵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또 서로의 속내를 파악하고 있는 이상 진전된 안이 나오기도 힘들다. 단지 정부여당만 몸이 달았을 뿐이다.
따라서 대표자회의가 열린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는 형식적인 모임 이상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안 문제 해결과 대화를 뒤로 돌리느냐, 아니면 ‘사회적 대화’ 파탄을 무릅쓰고 강행처리하느냐의 결론만 남아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