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40년 이래 가장 양호한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였다. 기업들의 투자감소, 현금유동성 확보 등으로 부채비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훨씬 낮았고 수익성도 100원을 팔아 7원을 남기는 유례없는 실적호조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규모 중소기업의 매출액이 2년째 감소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나날이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국은행이 매출액 25억원 이상의 국내 거의 모든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체 산업의 부채비율은 114.0%로 전년말 131.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23.4%에서 104.2%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일본의 145%나 미국의 141%에 비해서도 월등히 낮은 것으로 4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경제개발 초창기인 지난 1960년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사상 최저수준으로 상장기업과 금융감독위원회 등록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면 지난해 3분기말 이미 10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채와 차입금이 회사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 또한 제조업이 24%, 전산업이 25.6%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7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업들의 수익성 역시 60년대를 제외하면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03년 100원어치를 팔아 4.8원의 경상이익을 낸 반면 지난해에는 7.0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4.7원에서 7.8원으로 개선폭이 더 컸다.

그러나 부채비율 하락은 기업들의 투자기피와 차입금 상환, 현금확보 노력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자산 중 현금보유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유형자산비중은 계속 하락했기 때문. 수익성 역시 수출호조 영향도 컸지만 금리하락과 환율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매출액 100원당 6.4원에서 6.8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금리하락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줄어든 데다 환율하락으로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금액도 줄어들어 순외환손익이 증가했기 때문. 이에 따라 전년 매출액 100원당 1.6원 손실이었던 영업외수지가 지난해에는 0.2원 이익으로 돌아섰고 경상이익률 또한 1.8% 개선됐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의 수익성은 규모 및 수출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함을 보여주었다.

대기업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6.0%에서 10.2%로 4.2%포인트 늘었으나 중소기업은 2.5%에서 3.3%로 0.8%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또한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4.9%에서 9.3%로 4.4%포인트 늘어난 반면 20%미만인 기업은 4.6%에서 0.1%포인트 늘어난 데 그쳐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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