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처리에는 강력투쟁으로
지난해 9월 정부의 비정규 관련 법안이 <매일노동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특수고용형태 특별위원회를 탈퇴하는 등 강한 반발에 나섰다. 공익위원안보다 후퇴한 정부안은 노동계에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이어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다짐하며 총파업 선언에까지 이른다. 이후 11월에는 천막노총체제로 변신을 꾀해 한국노총 현장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 당시 이용득 위원장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는 민주정부 자격이 없다”라며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같은 한국노총의 반발은 노동과 관련된 법안이 노동계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만들어지고 입법화되는 과정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이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노총은 ‘비정규 법안 국회 처리 유보 및 사회적 대화 틀을 통한 재논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사회적 대화’로 가기 위한 진통
그러나 노사정 대화 복원이라는 한국노총의 일관된 주장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행보와 함께 노동계 내부의 반발로 인해 사면초가에 빠지곤 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세 차례 연속 무산되자 ‘사회적 대화 복원’을 추진했던 한국노총도 함께 어려움에 빠졌다. 민주노총를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정부와 재계의 시선이 강화됐을 뿐 아니라 노총 내부에서도 이같은 불신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한 것.
이같은 내부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올해 2월 민주노총과 공조를 재다짐하며 ‘법안의 국회 처리 유보’를 위해 다시 싸움에 나선다. 2월 국회에서 한국노총은 “법안 처리 시 총파업 투쟁은 물론 노사정위 탈퇴 및 정부와의 모든 대화창구에서 철수한다”는 초강수를 둬, 노사정 모두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 당시 한국노총은 ‘온전한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를 3월로 유예시킨 만큼 이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민주노총이 참여를 다시 유보한다면 단독으로 대화에 나서 법안의 4월 처리를 위해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노동계 내부를 겨냥한 양면전술도 병행했다.
불신 걷어내고 협상 국면 열어
연속되는 대의원대회 무산에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직권으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선언하면서 한국노총의 숨통 또한 틔워졌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 복원’에 대한 한국노총 내부와 노사정의 불신이 모두 극복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 법안을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재논의 할 수 없다는 정부와 재계, 이에 맞서 이 논의 없이는 참여할 수 없다는 민주노총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지난 5일 한국노총 주최로 8개월 만에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재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대화의 복원과 비정규 법안에 대한 재논의’를 합의하는데 이르렀다.
인권위안이 발표되고 양대노총 위원장이 공동단식 농성에 들어가면서 협상타결 가능성 또한 높게 점쳐지고 있다. 노사정 대화 복원에 큰 역할을 해 온 한국노총이지만 8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앞으로의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법안에 대한 협상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노총이 중점 추진해 온 ‘사회적 대화 복원’이 ‘비정규직 보호 강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노동계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