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을 둘러싼 4월의 ‘시계바늘’이 종반부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대화에 나섰던 노사정이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사정은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 뒤 보였던 첨예한 갈등 상황과는 달리, 20일 오후 대화에서는 3시간 가량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물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다양한 각도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확연히 변화된 모습이다.

특히 정병석 차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조합해 생각하고 있다”며 “하나하나보다 패키지로 얘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는 비정규법안을 놓고 이미 쟁점이 분명한 만큼, 막판 주체들이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결단을 내린다면 합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대화 어떻게 되고 있나

노사정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vs 차별금지 △기간제 사유제한 vs 기간제한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인권위 의견, 정부안, 노사 입장을 모두 포괄해 논의를 시작, 20일 대화는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같이 대화가 본격화된 것은 인권위 의견에 대한 검토가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사유제한’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진지한 접근이 시작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이는 ‘4월 처리’를 위해서다.

인권위 의견이 노동계 ‘최저기준’으로 작용하는 속에서 정부, 재계가 계속 반대만 한다면 ‘4월 처리’는 물건너가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노사정이 의견 절충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가 인권위 의견까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법을 통과시키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이에 따라 ‘4월 처리’를 위해 법안과 관련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4월 처리가 미뤄지면 6월 노동계 임단협이 몰려 있어 자칫 9월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단협 갈등뿐만 아니라 하반기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과 맞물려 ‘복잡한 국면’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그렇다면 ‘인권위 의견’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 시민사회단체 등 일각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경우 현재의 연공급 형태의 우리 현실을 감안, 법에 명문화하는 대신 구체화는 추후 과제로 돌릴 수 있다는 방안도 나온다. 사유제한과 관련해서도 법에 원칙을 명시하는 대신 ‘사유범위’는 유연성 있게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일단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노동계도 실효성을 이유로 고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는 지속될까

노사정 모두 24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법안을 놓고 접점까지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4일 이후 대화가 지속될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당장 25일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일정이 잡혀 있는 등 4월 처리를 위한 심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선실장은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24일 합의가 안 된다고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일 이후에도 대화 요청을 계속 하겠다는 것.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20일 논의가 끝난 뒤 “25일 법안소위 등 일단은 국회 일정대로 심의를 진행할 생각이지만 24일 회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뀌면 심의 일정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의 대화 요구에 재계, 정부, 국회가 거부할 경우 교섭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만큼,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이 국회 일정과 함께 노사정 대화를 병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노사 모두 대화에 무게중심을 둔 채 장외압박은 강화하고 있다. 양대노총 위원장은 공동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사용자 5단체장은 22일 회동을 갖고 비정규법안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법 쟁점 비교
주요
쟁점
정부한국노총민주노총경영계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
-사유제한 반대
-무기근로계약 원칙 없음
객관 합리적 사유없는 기간제 사용 제한 객관 합리적 사유없는 기간제 사용제한
-차별구제 명문화 및 노동위 차별구제절차 마련 규정 철회
-3년 초과사용시 해고제한 규정 철회
동일노동
동일임금
-불합리한 차별금지 원칙 규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없음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차별에 대한 사용자 입증책임 부과
-차별금지 위반시 벌금 부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위반시 500만원 이하 벌금
반대
파견제-파견업종 전면확대 (네가티브 리스트)
-파견기간 3년
-파견 3년에 3개월 휴지기
-불법파견 직접 고용의무화
-파견업종 포지티브 유지
-파견기간 2년(현행)
-휴지기간 6개월 -2년 초과시 고용의제 조항 유지
-불법파견시 직접고용
-파견법 폐지(포지티브로 유지도 수용 가능)
-불법파견시 직접고용
-파견 도급 기준 강화
-사용자 범위 확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및 건설업까지 파견확대
-파견기간 제한규정 철회,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연장 가능
-3개월 휴지기간 설정 철회 -불법파견 직접고용의무화 철회


정병석 차관 “합의가능성 높아”
“인권위 의견, 정부안 등 포괄적 논의 중”
정병석 노동부 차관은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정규법안과 관련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합의 가능성에 있어서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 이후 노사정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안팎의 예상과는 달리 정 차관은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 차관은 “인권위 의견, 정부안 등 포괄적으로 얘기를 진행 중”이라며 “의견이 좁혀진 것은 아니지만 밀도 있게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되는 만큼 “정부는 합의를 위해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차관은 “양보보다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조합해 생각하고 있다”며 “하나하나보다 패키지로 얘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노사정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의견 절충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함께 촉박한 4월 국회 회기와 관련해서도 정 차관은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정 차관은 “대화에 참여한 노사정은 아직 시간(4월 국회)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라며 “(정부도) 4월 처리를 목표로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4월을 지나치면 본격적인 임단협이 시작돼 노동현장에서 더 큰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노사관계 로드맵과 (비정규법안이) 함께 갈 경우 문제가 커지고 복잡해진다”고 진단하는 등 여전히 ‘4월 처리’에 무게중심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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