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노사정 대화는 16일 3차 회의에 비해 시작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16일 회의는 인권위 의견 발표에 대한 정부 여당, 사용자단체들의 공격과 노동계의 반격으로 ‘험악’했다면 20일 회의는 애써 타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목희 의원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노사가 서로 마음이 상하거나 불만이 있겠지만 이대로 방치되면 우리는 비정규직의 나라, 정규직의 나라로 갈릴 것”이라며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하기 위해 양보하고 타협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정 대표들은 지난 회의에서와 달리 이날은 모두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어 배석자들을 모두 내보낸 채 비공개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장에서는 가끔씩 높은 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조용했다.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30분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온 김영배 경총부회장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김 부회장은 “타결이 절대 안 될 것 같은데 자꾸 타결이 될 것처럼 분위기를 잡으며 논의만 연장하려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부회장은 마음이 잡히지 않은 듯 화장실을 다녀 온 뒤에도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은 채 15분여간 서성거렸다.

잠시 후 정병석 노동부 차관이 화장실에 들를 겸 회의장을 나왔다. 정 차관도 회의장으로 곧바로 돌아가지 않은 채 복도 한쪽에서 노동부 직원들과 한참동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역시 굳은 표정이었다.

반면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각각 회의장을 한번씩 나왔지만 곧바로 회의장에 들어갔다. 이 총장은 회의장 분위기와 쟁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3시간이 지나자 배석했던 환노위 전문위원이 회의장을 나오며 “회의가 끝났다”고 전했다. 약 3분 후 노사정 대표들이 회의장을 나섰다. 이목희 의원은 환하게 웃었으나 김영배 경총부회장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김 부회장은 기자들이 양대노총과 이목희 의원에게 질문 공세를 하는 사이에 급히 사라졌다. 비정규법 노사정 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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