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국회 주관 노사정운영위의 당초 쟁점은 정부법안을 얼마나 수정하느냐의 문제였다. 다시 말해 정부법안이 기준선이 됐던 셈.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노동계가 수정안을 내야 하는 분위기로 흘러 온 게 사실이다.
운영위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7일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두차례 회의 속에서 “사실상 정부법안을 강요받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첫 회의가 열린 지난 13일 정부와 사용자 쪽이 “20일부터 1박2일 밤샘 교섭을 제안함과 동시에 25일경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 대표자들이 합의를 하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민주노총쪽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실질적인 내용을 하나도 논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과도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화의지 없이 정부안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권위의 '가이드라인'은 상황을 반전시켰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가 인권위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미 향후 노사정 대화는 인권위안을 기준선으로 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협상은 난항에 봉착할 운명이지만 설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부담은 정부여당과 사용자쪽으로 가게 된다는 것. '수정안을 내야 하는' 상황논리와 '법안 처리를 저지해야 하는' 조직논리 사이에서 노동계가 그동안은 안아야 했던 부담은 그만큼 적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노동계가 정부안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부여당이 인권위 수정안을 수용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동시에 인권위 의견을 최저기준으로 설정한 노동계는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할 전망이다. 이석행 사무총장은 “정부여당이 계속해서 인권위를 비난하고 초점을 흐린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