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복지공단(이사장 방극윤) 국정감사가 낙하산으로 부임한 공단의 김재기 감사의 답변태도에 야당의원들이 분노,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하면서 초반부터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파행을 빚었다.

이에 따라 이날 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는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야당의 정회요청에 따라 중단됐으며 오후 6시부터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교착상태를 거듭했다.

* 야당, 감사해임 요구하며 한동안 국감 '보이콧'
사태의 발단은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이 공단의 김재기 감사에게 일문일답을 진행하면서 비롯됐다. 전 의원은 "감사부임시 노조가 낙하산 반대시위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냐", "구조조정시기에 전임감사도 쓰지 않은 운전기사를 왜 채용한거냐"며 그간 제기됐던 진정사항에 대해 질의했으나, 김 감사가 시종일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투로 뻣뻣한 태도로 일관 한 것.

급기야 국감은 중단되고 말았고, 25일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를 재개할 것을 여야가 합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의원들이 "즉시 감사를 해임하지 않으면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강경입장을 보인 반면, 여당의원들은 정부산하기관의 임원에 대한 해임을 공식합의해주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

결국 환경노동위는 밤 12시가 넘어서 상임위를 열고 공단감사를 다음 날 오전 재개하기로 하고 당초 계획돼 있던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대한 감사시간을 오후로 미루는 등 이례적으로 국감일정까지 변경했다.

또 환노위는 25일 오전 열린 공단감사에서 김재기 감사를 즉각 퇴장시켰다. 해임요구는 이미 민주당쪽에도 전달돼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재기 감사, 낙하산 인사의 전형"
이날 사태를 빚게 한 김재기 감사(47세)는 지난 1월4일 근로복지공단에 부임했으며, 부임초기부터 노조가 낙하산인사 반대농성을 전개하는 등 마찰이 있었고 국감이 열리기전부터 의원실에 퇴임을 요구하는 각종 '진정서'가 들어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태는 정부산하기관 낙하산 인사의 전형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민주당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86년 통일민주당시절부터 중앙정치훈련원 연수부국장, 선거대책본부 후보유세국장 등 당내에서 각종 직함을 역임하다 올해 공단 감사로 왔다.
당시 노조는 "정부가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갈곳 없는 정치인을 감사로 임명했다"며 "더군다나 사업체 운영시절 고용보험료를 체납한 경력까지 있다"며 반대농성을 벌였고, 임명 뒤에도 뒷말이 이어졌다.

노조측은 "직무교육시간에 노조간부를 폭력집단, 깡패 등으로 매도하고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한 감사로 조합원들을 위축시켰다"며, 이를 입증하는 조합원들의 확인서까지 내보였다.

또 경상비 절감을 위해 출장시 실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직원들 분위기와 달리 소유차량을 그랜져 XG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하고 전용운전기사마저 채용했다는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직무교육기간중 "부임할 때 노조가 반대시위하지 않고 '늘씬하고 예쁜 여직원이 꽃다발을 안겨줬다면 열심히 일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공단내에서 성희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원들의 화를 돋군 것은 감사업무 총괄자로서의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 5월 감사원 감사시 금강산 관광을 다녀오고 9월 노동부 감사기간동안에는 북유럽연수를 가는 등 감사가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그의 답변은 "우리도 일정이 있는 거고 가기전에 충분히 준비를 마치고 갔다왔다"는 등 '당당한 태도'로 일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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