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노·사·정 대화는 왜 필요할까.

사회적 양극화만큼이나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지역간 불균형이다.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도 필요하지만 특수성이 고려된 지역 차원의 혁신·발전전략 수립이 병행돼야 효과가 크다.

지역 전통산업이 점점 쇠퇴하고 산업공동화, 투자 감소 등으로 실업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기업 하나가 잘 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체들이 직접 나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금수)가 7일 오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지역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 틀인 ‘지역 노사정협의회’ 발전방안 설명회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사진>
 


이날 설명회에서는 △황한식 부산대 교수가 ‘지역파트너십을 통한 지역경제 및 노사관계 발전전략’ △김경협 한국노총 부천지역본부 의장이 ‘부천 노사정협의회의 경험과 과제’ △박연정 노사정위 대외협력실장이 ‘지역 노사정협의회 발전방안 및 시범사업’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지역문제 노·사·정 절박한 과제

황한식 부산대 교수는 “지역 전통산업의 혁신, 지역 전략사업의 육성,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과 육성, 지역 인적자원개발 등의 과제는 당면한 지역경제의 회생과 고용위기의 극복을 위한 핵심”이라며 “노·사·정·민간 모든 주체가 공통으로 직면한 절박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이러한 과제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지역적 차원에서 노·사·정·민간의 사회적 대화와 협의를 통한 지역 파트너십 형성과 수평적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지역경제의 발전과 지역고용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또한 중층적 교섭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역 노·사·정 대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그는 “노사정위 중심의 전국단위 사회적 대화와 합의만으로는 그 실효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며 “지역 등 중층적 노사협의시스템의 구축을 통한 전국차원, 업종별, 기업별 파트너십의 촉진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연정 노사정위 대외협력실장은 “노동문제 중심의 지역 노·사·정 생산적 협의 시스템의 활성화는 지역 경제회생을 위한 중추적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실하다”며 “국가, 기업차원의 대화 및 협의를 보완하는 중위적(지역·업종 등) 수준의 참여·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또한 “지역정책의 수립 및 실행과정에서 지역 주체가 참여할 경우 지역별 특수한 상황이 반영돼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참여·협력을 통한 지역주체의 내적역량을 극대화함으로써 정책개발을 활성화하고 지역발전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 독일 슈투트가르트, 일본 사이타마 등 선진국도 지역수준에서 노사정이 함께 파트너십을 형성, 지역의 제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며 실행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사례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표 참조>

지역 파트너십 형성의 방향성

황한식 교수는 지역 파트너십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사회적 대화, 파트너십 형성, 수평적 협력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 노·사·정·민간 인식의 공감대 확산 및 사회적 합의 도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 교수는 이어 “지역 노사정협의회의 공론화와 여론화 그리고 노·사·정·민간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절실히 요청된다”며 “지역 파트너십 형성의 실천모델 창조와 시범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박연정 대협실장은 노사정위는 ‘지역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지역발전의 선도’라는 큰 비전을 갖고 △지역 노사정협의회 위상 적립 △노동관련 주체간 중층적 파트너십 구축 △지역 노동정책 개발 및 실행의 내실화 △참여주체의 역량 강화 및 주민 의식 전환의 4대 목표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의구조의 다층화 및 예산·인력의 안정적 확보 △노사정위와 지역 노사정협의회 연계 강화 △민주노총 지역대표 및 경제계·시민단체 대표 등 지역 대표기관의 참여 확대 △노동영역의 중요성에 대한 지역사회 공감대 확산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 10월말 현재 ‘지역 노사정협의회’는 서울, 부산, 인천 등 16개 광역시와 평택시, 부천시 등 32개 기초자치단체 등 전국 48곳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 해외의 지역수준 노사정 협의 현황 >

특징  

일본

미국과 영국

독일

덴마크와 핀란드

노사단체중앙

집중성 

중앙집중성이
매우 낮음

낮음

중간 정도

높음

노동시장정책 분권화 정도 

분권화 낮음

사안별 분권화

중간 정도

분권화 높음

제도화

중앙정부 지방사무소와 지방정부에 의해 동시에 진행

미국: 선도지역의 노사정공익 지역훈련체제

영국: 노조학습기금 운영과 지역직업훈련체제의 개편

노사정 주도 지역 협의회 구성

덴마크: 지역고용위원회 설립과 지방정부와의

연계 강화

핀란드: 산업, 노동, 농수산 3개 정부지방부서통폐합과 정책과 예산집행, 평가에 있어 다양한 노사정협의

           

주요 의제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

직업훈련과 지역복지 증진

제반 지역문제 (교육, 실업, 주택, 교통 등)

지역산업 및 복지와 노동문제의 연계, 그리고 사업별 예산배정

 
 
지역 노사정협의회 시범사업 실시
노사정위, 내년부터 5년 동안…업종별 협의 모델 구축 등 사업
노사정위원회는 지역 노·사·정이 ‘참여와 협력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의 노동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틀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지역 노사정협의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번 사업을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약 15억의 예산이 투입된다.


노사정위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지역 노동영역 기초조사 △협력프로그램 개발 △지역단위 업종별 협의 모델 구축 △지역 노·사·정·공익 네트워크 구축 사업 등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청 요건은 지역 노사정협의회가 설치된 지역으로 참여 노사대표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심사기준은 △사업목표 적합성 및 실현가능성 △사업 실행계획 및 예산계획의 적정성 △노사정간 파트너십 및 참여도 △혁신성 △지역 경쟁력 강화 개선 효과 △비용 분담비율 등이 적용된다. 노사정위는 내년 1월 초중순 시범사업 기본 계획을 확정하고 매뉴얼 제작 및 배포에 들어갈 예정이며 1월 말 신청 접수를 받고 3월 초순 심사를 통해 중순께 시범사업 지역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노사정위는 “시범사업으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논의 의제 개발을 통해 실질적 지역 노사정 대화를 촉진, 노사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지역 경쟁력 강화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중위적 수준의 노사정 협의체제를 조기에 정착시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과 전체 노사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부천 노사정협의회, 성과와 과제
99년 전국 최초 지역 노사정협 꾸려…민주노총 참여·집행주체 마련 등 과제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진 곳은 부천(99년)이다.


5년 동안 성과와 함께 과제도 많았다. 김경협 한국노총 부천지역본부 의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부천 노사정협의회 경험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발표에 따르면, 부천 노사정협의회는 △대장동 공단을 범시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근거마련 △관급공사시 지역주민 우선채용 기준마련 △지역 청소사업체계 개편에 대한 권고안 △외국인노동자 가이드북 발간, 외국인노동자 문제 관련 지역적 해결 방안 논의 △마을버스노조 분쟁 조정안 제시 등 사회적 대화기구, 노사분쟁 조정기구 측면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공동협약이 만들어졌는데도 추진이 미흡했거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분쟁에는 조정역할을 하지 못했던 한계도 보였다.


김경협 의장은 “부천 노사정협의회가 내실있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집행 및 책임주체가 분명해야 하고 공동협약안의 이행 등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또한 민주노총 참여와 함께 노사분쟁에서 마련된 조정안 이행이 약속되는 등 명확하고 책임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상근인력의 확보와 사무국 설치 △지역노사정협의회 사업의 다양화 및 대중성 강화 △지역발전모델의 구체화 △업종별 협의회 구성을 통한 노사 신뢰구축과 분쟁 예방체계 강화 등이 부천 노사정협의회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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