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한국의 노조운동에 박수를 보낸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3일 국제건설목공노련(IFBWW) 소속의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건설노조 조직가 6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4일부터 6일까지 한반도 남쪽 끝자락인 여수, 광양, 광주, 대구지역의 건설 노동현장을 살펴보고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처음 이들이 찾은 곳은 여수건설노조(위원장 이기봉) LG석유화학 BPA건설 현장. 거대한 규모의 플랜트 현장에 국제목공노련 조직가들이 도착하자 현장 LG석유화학노조 김상중 위원장이 직접 이들을 환대, 건설노조와 석유화학노조의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건설노동자를 조직한 여수건설노조는 현재 25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지난 10월26일부터 계전분회가 파업에 돌입해 지난달 29일 여성 건설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일당 4만5천원)을 명시하는 임금협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여성 건설노동자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 곳.
캄보디아 건설노조 첸랑(여·30) 사무국장은 “캄보디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60~70%가 여성이다. 이들을 조직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장을 안내하는 한국의 조직가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특히 70년대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의 전철을 밟고 있는 캄보디아 건설노조의 경우 회사쪽에 교섭을 요청하고 임단협을 체결하는 방식 등으로 노조활동을 하기보다는 노조존속을 위한 조직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이 구속간부 가족생계 책임, 인상적"
한 시간 가량의 현장 순회를 마치고 이들이 이동한 곳은 광주교도소. 지난 8월 광양을 뜨겁게 달궜던 전남동부건설노조의 파업으로 구속된 윤갑인제 위원장 등을 면회하기 위해서다. 11호 면회실에서 푸른 수인복을 입은 윤갑인제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당신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며 연대를 표했다. 윤갑인제 위원장도 “고맙다”고 화답했다.
인도 건설노조 어린이노동프로그램 간사 스리바스타바(46)씨는 “함께 투쟁한 노조간부가 구속되자 조합원들이 그들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 또한 노조활동으로 구속된 자신을 당당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국 노조운동을 키운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며 10여분간 짧은 면회의 소회를 밝혔다.
하루 종일 차가운 겨울비가 내려 이동하는 내내 불편을 겪어야 했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광주 망월동 구묘역. 비정규직 철폐를 염원하며 분신한 이용석 열사와 수많은 민주·노동 열사들이 자리한 곳에서 국제건설목공노련 조직가들은 이진숙 건설산업연맹 국제부장의 설명에 귀 기울인다.
"과거 운동, 가슴에 담은 한국 노동운동에 찬사"
캄보디아 건설노조 위원장 모니(34)씨는 “캄보디아도 80년대 민주화과정에서 200만명이 사망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투쟁을 기록한 역사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캄보디아에서는 수많은 운동가들이 구속되고 죽는다. 과거 운동을 기억하고 이를 가슴에 담고 사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인상깊다”고 말한다.
국제건설목공노련 아태지역 조직가 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사흘동안의 건설현장방문에서 아태지역 조직가들은 한국노동운동에 대해 끊임없는 찬사를 쏟아냈다.
이진숙 국제부장은 “아태지역 건설노조운동 대부분은 이제 그 출발선상에 있는 만큼 한국의 노동운동이 이들에게는 성공사례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방문을 통해서 현재 노동운동의 성과적 측면만이 아니라 그간 치열했던 투쟁과정 중 조직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건설목공노련 조직가들은 7일부터 8일까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한국의 조직가들과 함께 ‘아태지역 건설노조운동’에 대해 공유하고 네트워크 구성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