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탈북 브로커'들의 실체가 일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1월 19일자로 발행된 월간 <말> 12월호는 '돈에 눈먼 탈북 브로커, 그 광기의 인간사냥'이란 제목의 보도를 통해 "탈북자들이 기획망명 직전에 머무르는 소위 ‘아지트’는 또 다른 인권유린의 공간이었고, 기획망명을 주도하는 브로커들이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감시와 협박은 물론 폭행까지 일삼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KBS 일요스페셜 등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취재물을 자유기고해온 비디오저널리스트 조천현씨가 주장한 이 내용은, 조씨가 중국 현지에서 만난 탈북자와 기획망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브로커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 캐나다 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 44명과 중국 북경시내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15일간 함께 생활한 바 있는 탈북자 이귀옥(가명)씨는 “그곳은 강도들의 소굴이었다”며 “다시는 기획망명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탈북자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탈북자를 한국에 보내는 방법은 기상천외했다. 브로커들은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모집책들로 하여금 탈북자들을 모집하게 하고, 그렇게 모인 탈북자들을 북경 주재 외국공관에 진입시켜왔다.

지난 9월 1일의 일본대사관 진입, 9월 29일의 캐나다 대사관 진입 모두 소위 ‘북경조직’이라고 불리는 브로커 조직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 조직은 또 다른 기획망명을 주도하다 지난 10월 26일 중국 공안에 검거된 바 있다. 이들이 아지트에 숨겨왔던 탈북자 62명 역시 중국 공안에 붙잡혔으며, 현재 북송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귀옥씨에 따르면, 기획망명 과정에서 탈북자들은 조선족 모집책에게 현금 100만 원, 브로커들에게는 500만 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총 600만 원의 한국행 비용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도착하고 난 뒤, 한국 정부에서 지급하는 정착금에서 떼어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브로커들의 돈벌이 수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탈북자들을 시켜 북한 당국의 문건을 빼내오도록 시키는가 하면, 탈북자들의 기획망명 과정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일부 언론에 돈을 주고 팔아왔다. 심지어 중국에 들어온 한국인 남성에게 탈북 여성을 소개시켜 주는 성매매 알선 행위까지 저질러 왔다고 한다. 조천현씨는 이와 같은 내용을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로커 ‘정아무’와 ‘최아무’씨의 증언을 통해 확보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로커들 중 상당수는 탈북자 출신 한국인들로, 이들은 중국 조선족 및 북한 현지에 들어가 있는 모집책과 연락을 취하며 기업형으로 기획망명을 추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미국의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상당한 기대감에 차 있다”는 게 조씨의 전언이다.
 
월간 <말>은 조씨가 보내온 중국 현지 취재 기사를 주요기사로 게재하고, 그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 10년 가까이 중국의 탈북자 문제를 취재해온 조천현씨는 이 인터뷰에서 “브로커들의 배후엔 한국의 보수적 NGO와 선교단체, 그리고 정보당국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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