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동성애 문화에 대해 잘못된 것이 많습니다. 고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제가 커밍아웃 이후 힘들었을 때 저를 도와주셨던 당 위원회 간사들과 함께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고 했다. “입당을 한 것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두겠다는 겁니다. 사실 마이너리티 정당에 가입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나에겐 특히 두려움 그 자체죠. 모험과도 같다고 해야 하나….”
‘연기자’ 아닌 ‘동성애자’로 보는 ‘따가운’ 시선들
‘4년 전 커밍아웃’은 그를 ‘정치적’으로 만들었다.
“커밍아웃 이후 사회적으로 마이너리티가 되면서 열악한 상황에 빠지는 등 약자의 서러움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커밍아웃은 자의반, 타의반 나를 정치적으로 만들었죠. 어느 정도 안정을 찾다보니 생각도 진취적으로 바뀌구요.”
홍씨는 여전히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언론의 차별은 ‘위험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나를 연기자 홍석천이 아닌, 동성애자 홍석천으로 기사를 쓰는 거죠?”
연기자 홍석천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그를 지치고 화나게 만들었다. 인터뷰 중 홍씨는 끊임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당 가입 전까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거든요.(웃음) 열린우리당이 먼저 입당을 제안했다면 가입했을 텐데.(웃음) 하지만 최근 파병 때문에 너무나 실망했지요.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당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힘없고 차별받는 약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의 모토가 나와 어울립니다.”
하지만 당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아직 원내 의석은 ‘10석’이고 거대 여야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민생현안을 제대로 ‘의제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힘들었습니다. 밖에서 투쟁하던 분들이 이제 안으로 들어온 것이죠. 초창기이기 때문에 잡음도, 혼선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치‘꾼’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겪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민주노동당은 지금 순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삐그덕거릴 수 있지요. 저는 당을 이끌어가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믿습니다.”
입당 이후 홍씨를 괴롭히는 것들이 생겨났다. 바로 그의 입당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당원들의 목소리다. “솔직히 화가 납니다.” 그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들로 구성됐음에도 왜 성소수자들에게만은 열린 마음이 아닌지 답답해했다. 하지만 대화의 자리는 마련하고 싶단다. 일대일로 만나서 설득도 해보겠다고 했다.
“불공정한 부의 분배 바꿔내는 게 진보”
노동운동과 진보에 대해서도 홍씨는 특별한 철학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부의 분배가 공정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거죠. 부의 완벽한 분배를 이루는 과정이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보는 이렇게 잘못된 것들을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거라고 봅니다. 진보는 올바른 것들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이죠.”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에이즈 교육, 동성애자로 인한 해직문제, 동성애자들의 권리찾기, 직업 자유의 보장, 입양 문제 등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습니다. 또 청소년들과도 만나서 동성애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최근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2004 아시아의 영웅’으로 선정됐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에요. 지난 4년 동안 나의 변화되는 모습들을 선정적으로 이용하기만 한 한국 언론과 달리 타임지가 의미 있는 행동으로 봤다는 것이니까요.”
홍씨는 마지막으로 <매일노동뉴스>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희망이 없죠. 이들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죠. <매일노동뉴스>가 이들에게 지푸라기가 되는 매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소수의 목소리를 담는 유일한 창구,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