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노동자들의 축제인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세계 대부분 국가들에서 이를 축하는 행진과 집회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한 빈곤의 확대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축제는 노동기본권 보장, 이라크 철수 등을 촉구하는 항의시위의 형태를 띠었으며 참석자들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을 호소했다.

10개국 EU가입, 노동자들 기대-우려 엇갈려

특히 유럽에서는 1일 0시를 기해 동유럽의 8개국과 지중해 2개국 등 10개국이 유럽연합(EU)의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EU는 이날을 기해 회원국이 기존의 15개에서 25개로 늘어났으며 2차 대전 이후 냉전체제로 인해 분단됐던 동서 유럽을 단일유럽으로 재결합하게 됐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노총이 추축인 유럽노조총연합(ETUC)에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 노조들이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세계화 과정에서 자본의 영향력 강화와 노조의 영향력 축소에 따른 우려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BBC는 홈페이지에 “메이데이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네티즌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BBC는 “노동절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사회에 공헌해온 것을 축하하는 날”이라고 전제하고 “그런데 공산주의 국가 붕괴 이후 대자본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노조의 영향력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며 “21세기에 노동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있다.

독일 국영방송 DW도 기고를 통해 “지난 100여년 동안 노조들은 더 나은 삶의 기준과 노동조건을 위해 싸워왔고 그 목적을 독일에서 달성해 왔지만 지금은 증가하는 세계화의 압력에 놓여 있다”며 오늘날 노동절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더구나 실업률의 증가와 잇따른 사회복지의 축소로 인해 독일 노동계와 사민당의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노총(DGB)이 주최한 노동절 행사에 처음으로 슈뢰더 총리가 초청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또한 DW는 “독일 사용자들과 정부가 동유럽 국가들의 값싼 노동력과 노동자들간 경쟁을 선호하고 있어 독일 노동계가 이같은 ‘임금덤핑’ 현상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철군 요구 이어져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이라크 철군 요구도 격렬하게 터져 나왔다. 호주에서는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시드니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라크에서의 노동기본권 존중과 미국의 이라크 철수를 촉구했으며 일본에서도 전국적으로 15만명이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 자위대의 이라크 철군과 연금제도 보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의 경찰국가화를 비난하며 러시아군의 체첸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태국 방콕과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임금인상과 정부의 사유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정부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노동절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가나 집권여당도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과 희생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 직접 참석, 노동자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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