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이번 총선에 이같은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2일 태평로 언론노조에서 신학림 위원장(사진)을 만났다.

최근 언론노조의 행보가 역대 집행부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는 질문에 신 위원장은 자신 있게 총력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론노조의 총선방침이 나오기까지의 내부고민은 치열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총선방침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부 토론을 많이 거쳤어요. 더 이상 지역감정, 지연·학연·혈연에 기반한 과거의 보도태도가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봤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언론개혁에 유리한 정치환경 조성을 위해 총선특별기금 1만원 등을 결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기계적 중립주의'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실체적인 ‘공정보도’를 통해 한국 정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서 고민이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신 위원장은 언론노조, 민언련, 기자·PD연합회 등과 함께 지난 1월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10개 도시의 전국 129개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순회토론회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상 처음이었죠. 꽤 진지한 토론들이 이뤄졌습니다. 경마식, 미확인 보도 등 기존의 보도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요. 4개 지역에서 지역 언론 책임자들의 공정보도를 약속했고, 언론·시민단체의 공동모니터 시행에 합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선보도 진보정당 10% 할당제 요구도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언론에서 외면 받고 있는 현실 타개를 위해 최소한 10%의 보도는 해야 한다는 MBC본부의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언론노조의 고민의 연장선일 테다.
또 언론노조는 ‘선거보도준칙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정당 중심의 보도태도에서 벗어나고, 이벤트성 행사에 따라다니지 말고 정책나열식 정책보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장은 “총선이 끝나면 각 언론기관이 제대로 이를 지켰는지 전국적 단위에서 철저히 평가할 것”이라고 칼을 벼렸다.
또 하나, 언론노조 활동 중 주목할 대목은 민주노동당의 TV초청토론회 출연을 가능하게 만든 것일 것이다. 당초 TV초청토론회 참여자격을 기존의 전국지지율 5%에서, 국회 정개특위에서 직전 선거 3% 이상 득표정당 후보자로 낮추기로 합의한 데는 언론노조 방송위원회지부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조직적 실천 활동에도 언론노조는 눈코뜰새 없이 바빠 보인다. 이미 이정호 정책국장을 창원을 지구당으로 파견보내는 등 민주노동당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밖에 총선특별기금도 대체로 잘 걷히는 편이라며 조합원의 반응이 높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그래도 방송을 시작으로 언론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방송사 PD 등 언론인들의 고민이 많아요. 과거보다 공정한 보도·편성의 중요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지요. 같이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현재 언론의 보도태도에 여전히 문제가 많긴 하지만,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신 위원장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역으로, 진보정당의 미디어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면, 50년 부패정치를 깨고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정치혁명이지요. 민주노동당은 이 같은 차별성을 알리는 데 끊임없이 언론사에 요구하고 모니터 해야 합니다. 언론도 진보정당을 외면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직무유기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