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사갈등은 아주 심각해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 법이 옳든 그르든 그것을 묻지 않고 법과 원칙으로서 단호히 대처하겠다."
"올해 말까지 노사정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싸고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신문 합동기자회견에서 쏟아낸 발언들이다. 이날은 노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좀 어리둥절하다.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화와 타협'은 노 정권 노사정책의 핵심이었다.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을 보면 "우리의 대립·갈등의 노사관계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전투적 노사관계가 일반화됐기 때문"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파트너십을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의 전제조건은 "사회적 합의구조의 존재"라며 노사정위의 발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권 출범 6개월만에 노 대통령은 그 '대화와 타협'을 사실상 집어던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 그 대화와 타협을 위한 공간인 노사정위의 위상도 대통령이 스스로 위축시켜버렸다. 빗겨나도 한참 빗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은 "좀더 원칙적인 방법을 통해 기본적인 질서와 문화를 구축하겠다"며 "힘이 약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상황으로,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노동의 유연화 폭을 좀더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그동안 비정규직을 누가 선호하고 늘려왔는가는 불문가지다. 경험으로 볼 때 노동시장 유연화는 비정규직을 오히려 확산시키는 지름길이었다. 앞뒤가 뒤바뀐 발언인 것이다.

문득 9월초 발표하겠다는 노사관계 로드맵이 걱정스러워진다. 혹시라도 로드맵은 '개혁의 방향'이 아닌, 대통령의 이런 변화된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닐까. '대화와 타협'이라는 초심을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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