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측, "노동정책 핵심과제"…일단 강화론에 '무게'
인수위·한국노총 "강화"-경총·노동부 "축소 또는 현상유지"-민주노총 "새 틀 짜자"
강화될 것이냐, 축소될 것인가.
새해 벽두부터 노사정위원회 위상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문제에 대해선 그만큼 노사정 각자의 입장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며칠 전엔 대통령직인수위와 노동부가 논란을 빚기까지 했다. 노사정위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있는 형국이다.
* 새 정부 노사정위 '강화' 공약
새 정권이 출범한 상황도 아니고 인수위 단계인 상황에서 쉽게 전망하긴 어렵지만 노사정위 위원장의 부총리급 격상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일단 강화쪽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노무현 당선자 역시 노동공약을 통해 직접 '노사정위 강화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강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선 강화도 되고 반대로 축소도 될 수 있다는 애매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단지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예측들은 어쨌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만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5년의 노사정위가 일정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합의기구'로서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가장 높았다.
노무현 당선자는 대선시기 관련 공약을 통해 "노사정위 파행의 원인은 일부합의의 미이행, 사전협의를 생략한 구조조정, 합의도출 실패 등과 더불어 위원회의 활동성과가 노사간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앙집중적 노사단체 부재, 기업별 노조체제에서는 합의의 사회적 토대가 없고, 낮은 노조조직률로 인한 비조직 노동자 이해를 대변할 사회적 기구가 없다는 점이 결국 사회적 합의기구를 필요로 한다"며 노사정위를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노 당선자가 내놓은 대안은 △지역·산업별 하부 노사정위 설치 △상설적 협의(합의 포함)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립, 이를 위해 노동부로부터 독립된 인사·예산상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합의이행 구조 마련을 위해 대리참석 제한, 집행감독권 확보, 대통령 보고방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협약대상을 노사관계 제도에 국한할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탈퇴했던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 노사정 각 주체마다 입장차 첨예
하지만 이런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 수 있을 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노사정 당사자들의 첨예한 입장차도 그렇고, 민주노총이란 변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노사정위 위상에 대한 각 주체의 의견은 인수위(노 당선자)와 한국노총이 '강화'에, 노동부와 경총은 '축소 또는 현상유지', 그리고 민주노총은 '완전 새로운 틀 구성'으로 분류된다. 물론 논의 대상인 노사정위가 공공연히 노 당선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제도개선(법개정)을 요구하는 만큼 국회의 입장 역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인수위와 노동부가 첫 만남부터 입장차를 드러낸 것은 앞날이 험난하리라는 것을 예고한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의제는 확대하되 기본원칙만 도출 △합의보다는 협의기능 강화 △비상설 협의체 전환 추진 등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회적 협의기구로서 현재의 모습을 내실화하는 게 오히려 강화가 아니냐"며 "협의제로 하되 합의가 안되면 끝까지 애쓰지 말고 정부와 국회로 넘기는 운영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경영계도 대략 노동부와 비슷하거나 좀더 축소지향적이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위는 협의 자문기구로서, 의제는 노사관계에 국한하는 등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의기구로서 합의이행 구조를 따로 둘 필요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한국노총은 최근 성명을 내어 "노사정위가 참여조직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은 합의사항을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상설화해 위상을 강화하고 합의사항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고 강화론을 본격 제기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위 위상 강화란 논의대상 확대, 정부의 적극적 의지, 합의이행 담보라는 세 고리가 맞물려야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 '변수'와 노사정위 입장
뭐니뭐니 해도 노사정위 위상 논의에 있어 최대 변수는 민주노총. 사실 민주노총의 참여여부가 노 당선자의 향후 노사관계 정책방향을 가늠케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 인수위는 민주노총과 계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김영대 인수위원은 얼마 전 민주노총을 방문, 특히 노사정위에 대한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역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달말 정기대의원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의 입장은 인수위측이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중집위에서 "새 정권은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위 재편을 추진, 일단 민주노총 포섭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현 노사정위 체제를 해체하고 노정-노자(산별교섭)-노사정 교섭을 망라한 총체적 교섭체제 대안을 제기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산별 노사교섭의 토대 위에서 사안에 따라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노사정위를 강화해서 중앙, 지역, 산별로 모든 것을 노사정위 틀에서 교섭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해, 노사정위 집중 강화론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사정위는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에 '노사정위 활동평가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 최근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나온 중간보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을 감안하면, △상설 사회적 협의기구로 내실화 △노사정위 예산·인사 독립성 보장 △정책협의 중심이되 협의결과 존중 및 이행 감시 제도화 등이 골자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합의구조보다 협의구조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되 인사·예산권 독립 등을 통해 균형을 찾아 적어도 현재보다는 기울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 "결국 관건은 노 당선자의 의지"
인수위 노동부문 담당자들은 현재 노사정위 논의에 대해 말을 무척 아끼고 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제시한 노사정위 강화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만은 분명히 하고 있다.
노 당선자의 노사관계 정책의 핵심은 '노사정위'다. 노동공약에서 노 당선자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기조 중 하나로 설정했고, 그 방향은 "사회적 파트너십의 형성과 민주적인 노사관계의 형성을 통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박태주 인수위 전문위원(전 선대본 노동특보)은 최근 한 언론기고를 통해 "노 당선자의 노동정책의 핵심은 노사정위에 놓여있다"며 "노사정간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과 문제 해결이 중요하며 그 중심에 노사정위를 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 "노사정위의 정상적 가동에서 핵심은 민주노총의 참여"라며 "노사정위 성립은 어떤 제도적 조건보다도 당사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필요로 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위상변화라는 제도개선 측면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결국 노사정 당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노총도, 또 그 외 노사정 당사자들도 아직은 노 당선자의 구상에 합치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후 인수위와 새 정부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김영대 인수위원은 "혹시라도 비상설 협의체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인수위 차원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노사정간 협의를 통해 내용적으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노 당선자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