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는 동네 병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의사·간호사 등과 더불어 의료 현장 일선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이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감정노동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열악한 임금 등의 문제는 직무에 대한 자긍심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노동권익센터는 지난 4~6월 기관 규모(병의원·요양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에 따라 표본을 추출한 509명을 대상으로 지역 간호조무사의 고용 현황과 노동환경 등을 파악하고,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대전시 정책 발굴을 위해 ‘대전광역시 간호조무사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는 노력 여부’를 묻는 문항에 전체의 89.5%가 ‘그렇다’고 답했고, ‘소속 기관으로부터 환자나 보호자에게 항상 친절하도록 요구받는지’를 묻는 문항에도 전체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업무가 매우 높은 강도의 감정노동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환자 및 보호자를 응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 경험’을 묻는 문항에 47.5%가 ‘그렇다’고 답했고,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경험’에는 19.3%가 ‘그렇다’고 답해 다른 감정노동 직군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의 결과를 보였다. 특히 24시간 입원환자를 돌보는 요양병원이나 간호·간병 통합병동의 경우에는 물리적 폭행을 포함한 심각한 감정노동 피해 상황에 빈번하게 노출돼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감정노동 피해 발생 시 소속 기관의 대응 매뉴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67.4%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했고, ‘감정노동 피해 예방 교육’의 유무는 70.1%가 ‘없거나 모른다’고 응답해 의료 현장의 감정노동 보호 제도가 매우 미비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간호조무사의 감정노동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구조, 간호조무사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FGI(심층그룹인터뷰) 분석 결과, 정부의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 이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많은 병원에서 반복 계약, 경력 불인정, 재입사 요구 등이 구조화되고 있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은 특성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구두 계약에 의존하는 사례도 존재했다.
간호조무사 A씨는 “근속연수나 경력이 임금에 반영되지 못하고, 이직할 때 기존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항상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짜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B씨는 “저희는 임금을 아직도 원장님이 직접 현금으로 주고, 급여명세서도 못 받고 있어요”라고 언급할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법도 지켜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간호조무사 C씨는 낮은 사회적 인식의 심각성을 말하며 “오랫동안 환자의 생명을 일선에서 지켜 온 간호조무사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왔지만, 몇 년을 일해도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고, ‘조무사스럽다’라는 말이 보조로 전문성이 없는 일을 뜻하는 말로 쓰일 정도로 우리를 낮은 눈으로만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가와 지자체가 조금의 관심을 더 가지고, 환자·보호자들의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만 있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전노동권익센터가 간호조무사 실태조사를 하면서도 조사 사례나 연구 사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 조사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대전시에 개별 의원급 기관을 대상으로 한 노동권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실시와 사용자 대상 노사관계 관련 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