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님 기자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년연장을 선택하거나, 계속고용제도를 보완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정년연장 대신 계속고용을 법제화했다. 재고용된 노동자의 동기 부여에 한계가 있음을 기업이 스스로 체감한 사례가 늘었다.

연공제 부담돼 계속고용 법제화한 일본
정년연장 기업 늘어 … “선택지 줄 필요도”

국회미래연구원은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 포럼을 개최했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은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의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발제에서 “일본에서 계속고용제도를 정년연장이나 정년 폐지로 바꾸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며 “재고용 대상자의 임금 수준을 인상하거나 복리후생제도를 기존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정년연장 논의에서 주목하고 있는 일본은 2000년 65세까지의 고용확보를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도입했다. 2004년에는 고용확보 의무를 법으로 규정했고 제도는 2006년 시행됐다. 일본에서 사업주는 △정년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실시해야 한다.

근속연수나 나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임금제도가 만연한 일본 대다수의 기업이 계속고용제도를 골랐다. 일단 고용관계를 종료시킨 뒤 새로운 노동조건에서 노동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다소 달라졌다. 도쿄지하철이 2018년 4월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고, 동양잉크그룹도 2014년 9월 63세, 2018년 9월 65세로 두 번에 걸쳐 정년을 상향 조정했다. 혼다기연공업 주식회사와 오릭스는 65세를 정년으로 설정하되 노동자가 정년을 맞는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계속고용 뒤 임금·직급이 하락하며 노동자들의 노동의욕이 떨어지면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상석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고용연장을 법으로 정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각 기업 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며 “시간은 걸리지만 임금을 어느정도 이상 인상하는 것이, 또는 정년을 폐지하는 것이 기업 이익에 연결될 것으로 기업이 판단하면 기업은 고연령자의 임금수준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 본질은 고용 아닌 ‘임금체계 이중구조’”
‘임금체계까지 건드리면 언제 하나’ 갑론을박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함께 추진하자는 주장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일었다.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년은 고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공형 임금과 무체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임금체계 이중구조의 문제”라며 “사회적 직무급을 도입해 임금 질서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년 논의는 ‘임금을 누가 부담하는가’가 핵심이고, 연공급이 지속되는 한 정년연장은 기업에게 부담이기만 할 것이니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는 보건·금융산업 등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통해 직무급을 시범 도입하고, 2029년까지 공공·대기업으로 확산하는 동시에 중소·비정규 부문에 대한 직무급 도입을 준비하는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정 부연구위원의 주장에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 불일치에서부터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퇴직해야 하는데 수급 연령은 3년 후고, 한 사회가 이런 사태를 가만히 두는 게 타당한가”라며 “독일도 산별교섭할 때 임금구조 교섭을 하면 10년이 넘어가는데, 당장 정년연장 논의와 결부시키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직무급 논의는 언제 시작해야 하냐”며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연내 법정 정년연장이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은 이날 포럼에서 “당내 정년연장특위에서 세 차례 회의를 열었고 올해 안에 입법하겠다고 했는데 당사자들 의견 수렴 중에 있고, 연내 입법화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의 말에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이 “정년연장이 부담스럽다면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다시 60세로 맞추면 된다”며 “(정년연장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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