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별노조·산별교섭을 둘러싼 진단과 과제가 논의됐다.
민주노총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18일부터 시작된 연속 토론회의 첫 주제는 산별노조·산별교섭의 진단과 과제다. 초기업교섭은 기업별교섭을 넘어 복수의 사용자나 노조가 참여하는 교섭을 의미하며, 동일 산업·업종별로 통일적인 노동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토론회는 28일까지 총 4회 진행한다.
”비정규직 중심 초기업교섭 뒷받침 필요“
“노조·사용자·정부 함께 노력해야”
한국 산별노조는 서구와 달리 ‘혼종성’을 갖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산별노조는 지역연대, 업종 동질성, 기업별 실리주의 등 다양한 논리와 실천이 공존해 왔다”며 “서구 모델을 단순히 따라잡지 못한 불완전한 형태가 아니라 역사적 문제해결 과정의 산물”이라며 “특히 비정규직 중심 초기업노조와 초기업교섭이 선순환을 이뤘지만,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서 이 구조를 뒷받침할 정책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초기업교섭의 과제도 제시됐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노조는 초기업교섭 의제와 기업교섭 의제를 명확히 구분하고, 직무가치 중심 임금협상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는 초기업교섭이 기업 간 불필요한 경쟁이나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조에 대한 간접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고용노동부 중심의 공공부문 초기업교섭 체계를 정비하고 민간부문에서도 초기업교섭 여건이 충분한 건설·화물·특고·돌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부문 사례로는 교육공무직-교육청 교섭을, 민간부문은 건설·화물 분야 산별교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거부감 완화 위한 공공 역할해야"
“지역별·업종별 등 초기업교섭 방식 넓혀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 현장의 고민과 산별교섭 활성화 방안이 공유됐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장은 “어떤 교섭 구조든 노동자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다만 동일직무 동일임금은 노동자계급 통합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다른직무’ ‘다른임금’으로 번역돼 분할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직무를 하더라도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전제로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연대임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초기업교섭에 대한 사용자쪽의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예를 들어 산업단지 노조들이 지역 사용자에게 안전대책 강화를 공동으로 요구하고, 사업장 간 안전 편차 해소를 위해 초기업교섭 의제로 삼자고 제안하며 정부에 성사 역할을 요청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과정이 노사 모두에게 효능감을 준다면 노동시장 하단에서 초기업교섭이 확장되고 격차를 줄이는 역량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기업교섭 형태를 중앙교섭으로만 규정하지 말고 지역별·업종별 방식까지 넓혀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건설산업은 지역 현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역별 산별노조였고 이미 지역별 교섭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초기업교섭 방식 실현이야말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