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아 보건의료노조 의료급여관리지부 지부장(의료급여관리사)

전국 지자체가 통합돌봄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도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이어지고, 법이 제정돼 내년 3월부터 현장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의 시범사업 중 일부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빛나는 성과의 이면에는 현장에서 의료와 돌봄을 잇는 의료급여관리사들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이 있다.

의료급여제도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핵심 복지제도로 국민건강보험과 함께 의료보장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제도의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급여관리사는 의료법 2조(의료인)에 따른 간호사면허증을 소지한 의료인으로서 동 법 3조(의료기관)에 따른 의료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고도의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료 전문인력이다.

2003년 5월부터 28곳 지자체에 28명의 의료급여관리사가 배치됐으며, 2025년 10월 현재 640여명이 전국 지자체에 근무하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관리능력 향상과 합리적 의료이용을 돕는 역할을 맡아 왔다.

의료급여관리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급여 장기입원 환자 사례관리를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연계된 재가의료급여 시범사업을 해왔다. 의료급여관리사는 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집에서도 불편함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돌봄·식사·이동 등의 재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사회 재가 복귀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그 경험과 전문성 덕분에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시군구 돌봄통합 시범사업의 선구자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퇴원 후 케어플랜 수립, 서비스 연계, 사후관리 등 의료·돌봄통합 지원의 주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통합돌봄의 실질적 성패는 세심한 사례관리와 지역연계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돌봄의 주요 대상은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의료급여 수급자이며, 이후 대상이 확대될수록 의료급여 대상자 또한 함께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의료급여 사례관리 업무, 재가의료급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급여관리사 이름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각 지자체에서 여전히 낮은 인건비, 불명확한 경력 인정, 공무원과의 차별, 과중한 의료급여 사례관리 업무 속에서 민간 전문인력으로 그림자처럼 묵묵히 일하고 있다.

2025년 인건비 기준(가급 237만3천950원~라급 227만2천670원)은 간호사 평균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공공부문 유사 사례 관리 종사자에 비해 임금이 낮고, 경력 반영 수준도 미미하다. 의료급여가 건강보험에 비해 보장성이 낮고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무르듯, 의료급여관리사들의 노동 역시 제도와 사회의 시선 밖에 놓여 있다. 통합돌봄 선도사업인 재가의료급여사업의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행정과 언론의 주목에서는 늘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는 것이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사람이다. 재가의료급여 사업의 뿌리에는 이미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 돌봄 통합’을 실천해 온 의료급여관리사들이 있다. 그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충분한 처우와 노동조건을 보장해야만 통합돌봄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통합돌봄 추진의 속도를 자랑하기보다 그 속도를 가능하게 한 현장의 ‘숨은 엔진’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통합돌봄이 진정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의료급여관리사들의 경험과 역량이 제도 속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세상 밖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들의 노동이 존중받을 때,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비로소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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