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휴무야, 너 어디갔니? VIP 손님한테 납치됐니? 우리도 좀 쉬자. 화장품보다 얼굴이 더 번들거린다.”
백화점면세점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화갤러리아 압구정점 앞에서 ‘정기휴무를 지켜줘’ 시 낭독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은 직접 지은 시를 낭독하고 응모작 13편을 전시했다.
이번 낭독회는 VIP 행사를 이유로 정기휴무가 취소되는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위트 있고 유쾌한 작품부터 휴식권을 빼앗긴 노동자의 분노를 담은 작품까지 다양한 감정을 시에 담았다.
샤넬코리아지부 조합원은 “정말로 기똥찬 휴무를 무진장 보내고 싶다”는 ‘정기휴무’ 사행시를 낭독했다. 한국시세이도지부 조합원은 ‘오늘은 정휴입니다’라는 안내문 형식의 시에서 “다른 백화점은 정기휴무, 우리 백화점은 오늘도 정상영업 중” “정기휴무의 뜻은 없어진지 오래다”라며 박탈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익명의 조합원은 ‘휴무 없는 낙원’이란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여긴 천국이래요. 문 안 닫고, 고객은 웃고. 우리는 평생 근무래요”라는 구절이 담겼다. 백화점의 이익 극대화 전략과 노동자의 휴식권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노조는 백화점이 정기휴무일을 ‘VIP날’로 둔갑해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화점은 12월을 제외하고 매월 하루 정기휴무를 실시하는 관행이 있다. 주말에도 운영되는 백화점 특성상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매출하락을 이유로 정기휴무를 취소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문학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형식. 질문은 언제나 박탈당한 이들로부터 시작된다”며 “이 시들은 백화점 노동자의 휴식권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누가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가를 끈질기게 묻는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