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노조 회의실에서 쿠팡 새벽배송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택배노조(위원장 김광석)가 초심야시간(0~5시) 배송 제한과 주 60시간 노동을 뼈대로 한 사회적대화 요구를 재확인하고 대안 마련을 쿠팡로지스틱스(CLS)에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새벽배송 금지 논란’에 갇혀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 과로 대책없이 새벽배송 논쟁만”

노조는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노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택배기사가 더는 과로로 죽지 않는 지속가능한 새벽배송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이라며 “그 사이 쿠팡은 어떤 구체적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제는 쿠팡이 응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광석 위원장은 “1~2차 택배 과로사 대책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 뒤 대부분 택배사는 주 60시간이 도입됐지만 쿠팡 택배노동자만 60시간 넘게 일한다”며 “다회전배송, 분류작업, 프레시백 회수 작업, 클렌징은 어느 택배사도 하지 않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사 간 속도 경쟁으로 새벽배송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쿠팡 모델을 다른 업체들이 따라 하기 전에 가장 극심한 과로를 유발하는 구조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CLS 택배노동자 과로를 줄이려면 프레시백 회수 업무 별도인력 운영, 다회전배송 폐지, 초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토대로 총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초심야시간 배송 제한에 대해 “조기출근조(5~15시)와 오후출근조(15~24시)로 나눠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야간노동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초심야 배송 제한시 새벽배송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 품목을 정하고 나머지는 주간배송으로 전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쿠팡은 모든 품목을 새벽배송 기본 옵션으로 지정한 것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배송업체 야마토운수가 사회적대화를 거쳐 심야배송을 최소화한 사례를 들었다.

또 “초심야시간 배송을 제한한다고 물류센터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배송시간 조정에 따른 물류센터 노동자 업무량 조정은 필요하겠으나 특정 시간에 노동이 가중되거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속·고정 야간노동 없애야”

강민욱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만 이야기하는 이유는 쿠팡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업무강도도 가장 높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쿠팡은 사회적대화 기구에서도 사실상 과로방지 대안을 낸 적이 없고, 자사 배송시스템을 논의 안건에서 제외해달라고 하는 등 변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야간노동을 선호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주간에 동일한 시간을 일해도 같은 수입이 보장된다면 굳이 야간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벽배송 물량 줄이는 동시에 적정수수료를 보장해야 하고, 야간 배송시 할증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석 위원장은 “총노동시간 감축만으로는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다. 노동강도를 2~3배 가중시키는 요인을 없애고 연속적 고정 야간노동을 멈춰야 한다”며 수익감소 없는 총노동시간 감축을 위한 안전수수료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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