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띠, 투쟁 조끼, 팔뚝질…. 왠지 가까이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민주노총. 창립 뒤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30년간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가깝다기보다는 멀게 느껴진다.
그런 민주노총이 2030 청년들로 붐비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 한켠에서 전시회를 마련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해리티지 전시회 ‘Hello, ㅁㅈㄴㅊ’이다.
전시 제목 ‘Hello’는 민주노총과 거리감을 느끼는 시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는 뜻이다. ‘ㅁㅈㄴㅊ’처럼 어떻게 읽든 각자의 삶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민주노총은 이번 전시를 “강성 이미지를 넘어 모두의 일상 속 민주노총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노총을 잘 모르는 청년세대나 부정적 인식을 고수하는 대중에게 한발 다가가기 위한 시도다.
2층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불’ 전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민주노총에게 불은 지난 30년간 부정과 고통에 맞서온 저항이자 지향과 진보의 상징이다. 인간이 처음 불을 발견해 어둠을 몰아냈듯, 민주노총이 지펴온 불씨는 사회 변화를 이끈 불빛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시선을 왼쪽으로 옮기면 ‘비하인드 민주노총’ 공간이 나온다. 민주노총 이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시절부터 혜화, 영등포, 정동으로 이어진 민주노총 활동 공간의 변천사와 그 과정의 이야기가 담겼다. 맞은편에는 민주노총의 투쟁사를 생생하게 담은 사진들과 함께 소개 영상이 상영된다.
이어지는 ‘노동자의 방’은 생활사 전시다. 안전모, 분진 마스크, 월급명세서 등 노조의 저항이 어떻게 노동자의 권리를 현실로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물건들이 놓여 있다. 방 한쪽의 의자도 그중 하나로, 노조가 생기기 전 노동자는 온종일 서서 일하면서도 잠시 앉을 권리조차 없었다. 이제는 당연해진 ‘쉴 권리’를 법이 보장하기까지 노조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옆에는 오디오 도슨트가 설치돼 있다. 관객은 사진앨범을 한 장씩 넘기며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부터 2000년 주 5일 근무제 요구, 최근 국회 앞 촛불집회까지 민주노총의 발자취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어 몰입감을 더한다.
위험 테이프와 건설용 자재로 둘러싸인 녹색 수레 위에는 30년 전 열린 민주노총 창립 대의원대회부터 서울지하철노조 총파업, 최저임금 투쟁, 철도노조 철탑 농성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걸어온 굵직한 역사가 사진으로 펼쳐진다.
1층은 굿즈 공간이다. 민주노총 현수막을 업사이클해 만든 가방과 카드지갑·키링을 포함해 옷·앨범·마스킹테이프 등 다양한 상품이 팝업스토어처럼 진열돼 있다. 한쪽에는 노동 관련 도서들을 소개하는 북큐레이션이 마련돼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관계자는 “흔히 민주노총을 특이하거나 일상과 동떨어진 조직으로 보시지만 우리는 모든 일하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조직이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결국 모두의 조직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는 길에 늘 함께해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우리를 어떻게 부르든 앞으로도 계속 인사를 건네며 곁에 있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달 23일까지 열리며 관람 시간은 오후 1~9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