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도 “야간·심야 노동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기업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근 새벽배송 제한 논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13일 일터 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회장 강모열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야간노동 최소화 원칙을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야간노동은 수면장애를 유발해 과로를 악화시키고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중대질병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야간 교대근무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점도 언급하며 “야간노동은 단순한 근무형태 문제가 아니라 직업병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야간노동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점도 지적했다. 의사회는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가 겹치면 집중력이 떨어져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위험이 급증한다”며 “불필요한 야간노동부터 줄여야 한다”고 했다. 모든 야간노동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아니지만, “야간노동 최소화 원칙”을 정부가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다.
의사회는 정부와 기업이 우선 실행해야 할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비필수 야간·심야 노동 단계적 감축과 △3일 이상 연속 야간노동 및 하루 8시간 이상 야간노동 제한 △전 노동자에게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 대상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사후관리 의무화 등이다. 병원·운수·물류·돌봄 등 필수직종 외에는 기업 운영방식을 조정해 야간노동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강모열 교수는 “야간노동은 경제적 필요와 돌봄 의무가 있는 사람에는 강요된 선택일 수 있다”며 “전면금지가 어렵다면 야간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기준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3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야간노동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하루 노동시간을 8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시급하게는 정기적인 건강모니터링을 도입해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야간업무를 제한하는 등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개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창립한 의사회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134명이 가입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