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터에서는 갈등이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직장내 괴롭힘, 세대 간 인식 차이,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플랫폼 노동의 문제까지 조직을 둘러싼 갈등의 양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은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누군가가 강하게 밀어붙이면 정리된다고 믿는다. 그 결과 갈등은 더 깊어지고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게 된다.
필자는 올해 중앙노동위원회와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주관하는 대안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기초·심화·고급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준상근 조정위원을 역임하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담당 공익위원을 맡고 있어서 주저하다가 교육과정에 참여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을 수료하기 전까지는 조정과 중재가 특정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과정에 참여한 다양한 참여자들과 그들의 열정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노조 간부와 기업의 임직원, 경찰과 군인, 학교장과 교감, 변호사·노무사 등 법률전문가까지 폭넓은 분야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열정적으로 갈등 해결을 배운 과정이었다. 이는 오늘의 갈등이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육의 핵심은 갈등을 ‘이기기 위한 싸움’으로 보지 않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회복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익히는 것이었다. 기초과정에서는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읽는 법을 배우고, 심화과정에서는 실제 사례를 분석하며 조정의 절차를 경험했다. 고급과정에서는 모의 조정을 통해 상대의 말보다 내면에 숨은 불안과 요구를 파악하고, 당사자 간의 화해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훈련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갈등은 결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폭발하는 이유는 갈등 자체가 난해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초기 단계에서 감정을 조율하고, 사실을 정리하며,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갈등은 대부분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 특히 노사관계처럼 감정과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는 조정 역량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R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분쟁 해결 기술을 전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갈등을 다루는 새로운 언어’를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을 둘러싼 인식이 바뀌어야 현장의 문화가 바뀐다. 누가 옳은지 결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다시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환은 각 영역의 리더와 실무자들이 먼저 ADR 교육을 통해 분쟁 해결 역량의 성장과 실천의 현장에서 활용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수료생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갈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도나 규정의 강화가 아니라 사람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조정과 중재는 단순한 교섭 기술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관계를 회복시키는 실천적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조직 안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갈등의 진행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도 많은 현장에서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다룰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한 것은 싸움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회복의 기술이다. 교육을 통해 그 실천적 기술이 확산되면 적절한 분쟁해결(ADR, Appropriate Dispute Resolution) 제도로 성장할 것이며, 갈등과 충돌의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킬 것으로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