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

한국갤럽의 11월 1주 자체조사에서 대통령 긍정률이 직전 조사 대비 6%포인트 오차범위 내에서 올라 63%가 됐다. 반대로 부정률은 29%로 한 주 전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상당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취임 초기 긍정률로 회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한국갤럽 조사 긍정률은 취임 직후 6월 4주 64%에 이어 7월 1주 65%로 이번 정부 출범 뒤 고점은 65%, 대략 국민 3명 중 2명이 긍정평가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차범위 내 변동이기는 하지만, 60%선을 상향 돌파하면서 63%에 안착해 취임 초기 정도를 회복했다.

물론 하락하기도 해 8월 3주에는 56%까지 하락했고, 10월 3주에는 54%까지 하락했다. 그러니 지금 63%까지의 상승은 최근 바닥이었던 54%에서 9%포인트 상승해서, 1개월 단기 상승세라고 해도 될 상황이다. 고점과 저점을 연결한다면, 1개월 주기로 6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을 오르내리는 주기를 타고 있다. 지금은 그 주기의 고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APEC 성과 국민 인식 뚜렷

이러한 긍정률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힘은 역시 경주 APEC의 성과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긍정평가 이유의 1위는 '외교'였는데, 직전 주 대비 7%포인트 더 많아져 30%다. 여기에 ‘APEC 성과’를 언급한 비율은 7%로 갑자기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3위에 올랐다. ‘관세 협상 타결’ 2%와 ‘핵추진 잠수함 승인’ 1%까지 합하면 딱 40%의 긍정평가자가 외교와 APEC 관련 어젠다를 긍정평가 이유로 언급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부정평가 이유 중에서는 ‘외교’라는 언급은 꾸준히 줄어서 11%로 2위로 내려왔다. 물론 ‘관세협상 미흡’도 4%로 나타났으나, 합해서 15%에 그쳤다. 긍정평가자가 630명인 데 반해 부정평가자는 288명으로 더 적으니, 부정평가는 비율 뿐만 아니라 실제 언급량도 더 적어진다.

이처럼 APEC 성과에 대한 국민 인식은 긍정률을 강하게 밀어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APEC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에서도 도움 됐다는 응답은 74%다. 4명 중 3명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는 사실을 보면, 최근 이슈 중에서 가장 큰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도움이 됐다는 응답을 보면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91%, 중도 83%로 높은 비율이었고, 심지어 보수 성향자 중에서도 60%가 도움 됐다고 응답해 주목된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50%가 도움 됐다고 답해 국민적 차원에서는 이념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별 균열에 의한 영향이 비교적 작게 나타났다.

양대 정당 지지도는 그대로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APEC 성과를 크게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와는 달리 정당 지지도에서는 사뭇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은 40%로 직전 결과보단 1%포인트 낮아졌다. 10월 4주에는 43%, 5주에는 41%, 그리고 이번에 40%가 된 건데, 오차범위 내에서 횡보한다고 봐야 한다. 다만 더 낮아지면 40%선이 하향 돌파돼 앞자리 숫자가 바뀌게 된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와 동률인 26%이다. 올해 대선 이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가 26%인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에게는 좋은 소식이겠다. 그렇지만 지난 3개월 동안 22~26% 사이의 박스권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확실하다. 장동혁호 국민의힘 출범 이후의 여러 가지 전략이 국민적 관심을 환기해 당 지지도를 급격히 높일 수 없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양대 정당의 지지도가 횡보하고 있다는 것은, 승자가 없는 국정감사였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성과 욕설, 배치기로 점철된 국회의사당을 매일 TV 화면으로 봐야 하는 국민 입장을 생각하면 이상하지도 않다.

APEC 성과는 왜 정당 지지도로 확산하지 못하는가

대통령 긍정률이 높아지고 있을 때 정당 지지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왜냐면 국정 평가 문항은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해 잘잘못을 묻는 문항이지만, 정당 지지도는 한 문항에 여러 정당을 선택지로 제시해서 하나의 정당을 고르게 하는 선택형 문항이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 긍정률은 성과가 그대로 반영돼 등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탄력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쉽게 지지 정당을 바꾸기 어려운 정당 인식과는 다르다.

더군다나 외교 성과는 대통령과 정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외교 현장에서 여야 정당 지도부의 운신 폭은 크지 않다. 외교·안보·국방에서는 대통령이 득점할 기회를 많이 얻어 왔다. 이번에도 APEC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전장을 가장 돋보이는 손님맞이로 바꿨으니 긍정평가가 많아지는 건 당연했지만, 그 현장에 여야 정당 지도부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을 뿐더러 성과 평가도 비난 중심이라서 조금 놀랍다. 사실 국민적 호응이 좋은 현장에서는 함께하는 게 더 유리할 텐데 이상하게도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만연해 있는 ‘닥공’ 기조가 정당 지지도를 제고하는 데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 추이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여당 지지도와 국정 긍정률의 탈동조화 뚜렷

야당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여당인 민주당 지지도가 국정 긍정률과 따로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의아하다. 국정 긍정률은 6%포인트 높아져 63%인데, 민주당 지지도는 1%포인트 하락해 40%인 상황. 두 지표가 이렇게 뚜렷하게 따로 노는 상황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두 지표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0월 4주에 13%포인트(국정 긍정률 56% 대 민주당 지지도 43%), 10월 5주에 16%포인트(57% 대 41%)였다가 이번에는 23%포인트(63% 대 40%)로 벌어졌다. 이제 여당 지지도가 국정 긍정률의 3분의 2 수준이 됐다. 두 주 동안 10%포인트나 더 벌어졌으니, 탈동조화 흐름은 매우 뚜렷해졌다고 봐야겠다.

이렇게 대통령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가 국민 여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볼 때, 두 가지 중 하나겠다. 첫째, 여당 지지도가 국정 긍정률에 하방압력이 되는 상황이다. 그러니깐, 여당 지지도가 조금 나아졌다면 국정 긍정률은 더 높아져 70% 선에 가깝게 상승했을 수도 있었겠다. 둘째, 국민 다수가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됐을 수가 있다. 두 경우 모두 과연 국정 성공과 민생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실·여당의 ‘협치’가 중요해졌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미래권력으로 떠오르던 한동훈과 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사실상 여당은 제 기능을 못했고, 결과적으로 비상계엄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 이번 정부와는 너무나 다른 갈등이라서 비교하긴 쉽지 않으나, 어쨌거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대립보다는 우선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대통령실과 여당 간 소통이 완전히 막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건이 자주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실과 여당 간 불협화음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모두 공통된 현상이 돼버렸다. 이번 대통령실과 여당도 쌍방과실로 막힌 소통의 물꼬를 다시 터야 할 때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 (bongshinkim@naver.com)

[인용 여론조사]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11월 4~6일 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nesdc.go.kr)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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