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2020년 고 장덕준은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사망했다. 28살.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하고 술·담배도 안 하던 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그는 고정적으로 야간노동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쿠팡 택배기사 고 정슬기씨가 숨졌다. 올해 8월에도 쿠팡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도 배송 중 사망했다.

근로기준법은 임산부와 18세 미만 노동자에 대해서는 야간근로를 시키지 못한다는 규정 외에 야간노동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일하면 150%를 가산한 야간 근로 수당만 지급하면 된다.

그에 반해 프랑스는 원칙적으로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야간노동을 허용한다. 또한 야간노동을 하는 경우 허용되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주간 최대 노동시간보다 줄어든다.

새벽배송은 혁신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야간노동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새벽배송이 가능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야간작업은 명백한 위험업무다. 뇌졸중·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계질환 및 고혈압, 당뇨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고 수면장애·우울증·불안증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근무 중 졸음, 집중력 저하로 인한 사고의 위험도도 증가한다. 2007년부터 야간작업은 국제암연구소에 의해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고정적으로 야간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때로는 교대 근무보다 더 해롭다.

이제는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책과 옷도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언제든 이커머스로 물건을 사고 아침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벽배송의 나라가 됐다.

이런 궁극의 편리함을 가능케 한 것은 마법 같은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니다. 그저 노동자들로 만들어 낸 이기일 뿐이다.

쿠팡은 기준에 미달한 택배노동자로부터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를 뒀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영어로 클렌즈(cleanse)는 “더러운 것을 씻어서 깨끗하게 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특정 인종을 강제 이주시키거나 추방하는 전쟁범죄를 “Ethnic Cleasing(인종 청소)”라고 일컫는다. 그래서 사람에게 클렌즈라는 단어는 안 쓴다. 사람은 깨끗하지 않은, 청소가 필요한 무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시간 배송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택배기사는 알고리즘의 오류처럼 “클렌징”했던 쿠팡의 발상은 쿠팡이 노동자를 기계의 부품으로만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법 규제가 비껴가면서 쿠팡은 지금껏 마음껏, 인간의 생리에 대한 고려 없이 사람을 야간에 쓰고 교체했다.

인간의 몸은 야간작업에 적응하지 못한다. 야간작업을 하면서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벽배송을 규제하지 않으면서 누군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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