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1970년 11월13일, 스물두 살 청년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다. 하지만 플랫폼자본이 확산하고 있는 오늘날 여전히 수백만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보호 밖에 머물고 있다. 5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태일의 이름이 다시 공론장에 오르는 이유다. 11월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노동계와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태일 시민행동-여당 입법 논의 시작

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태일 시민행동’은 11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장과 간담회를 열고 ‘전태일정신 계승 및 국가기념일 지정에 관한 법률(가칭)’ 발의를 협의한다. 17일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전태일 분신항거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태일재단은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전태일 시민행동’ 발대식을 열고 11월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운동을 본격화했다. 시민행동은 양대 노총과 재단을 포함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서명운동, 국회 토론회, 기금모금 행사 등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시민행동은 “전태일의 마지막 외침을 이어 노동자들은 일터와 거리에서 싸워왔지만 여전히 노동법의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과 연대했던 전태일 정신을 국가가 기념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정부·지방의회 ‘화답’

정치권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민행동 발대식에는 전현희 의원을 비롯해 민병덕·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참석해 시민행동을 적극 지지했다.

지방의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전라남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전태일 열사 추모 국가기념일 제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을 주도한 주종섭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도의원 40명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건의안에서 “국가기념일 제정은 단순한 과거에 대한 추모를 넘어 오늘을 살고 있는 전태일을 지켜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적 다짐이자 실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화답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태일의 정신을 기리는 노동부 장관이 되고 싶다”며 “11월13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 항거하신 날,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휴일 지정 병행, 연내 법안 발의

시민행동은 국가기념일 지정과 함께 공휴일 지정 추진도 병행하고 있다. 기념일로 지정될 경우 정부 주관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물론 교육·홍보 예산이 편성될 수 있고, 대통령 초청 공식 추모식 개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재단에 따르면 시민행동은 이달 법안 검토를 마무리한 뒤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재단은 국가기념일 지정의 더 중요한 의미는 전태일 정신의을 기억에서 실천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일이 55년 전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초청이 가능해지고, 각종 행사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또 실질적으로 전태일이란 인물과 정신을 기억하고 노동권을 정당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교육을 핵심사업으로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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