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규보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농업인도 ‘근로자’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근로기준법 조문을 확인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2조1항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농가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면 근로자에 해당한다. 반면 혼자 농사를 짓는 농업인은 사업주에 가깝고 근로자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질문을 바꿔 보자. 농업인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까.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농업의 사망만인율은 2.99다(농림축산식품부·농협중앙회 통계)다. 농민 1만명당 2.99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만인율(0.98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그러나 농업인에 대한 산재보험 제도는 여전히 많은 빈틈이 있다. 먼저 ‘농업 근로자’의 사각지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6조와 시행령 2조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은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반 사업장은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당하면 산재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농가는 그렇지 않다.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인 현실을 고려할 때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자영농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반 사업장은 근로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1인 사업주라도 미리 가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직 개선할 점이 많지만, 산재보험법 91조의15에 ‘노무제공자’ 개념이 도입되면서 캐디·배달노동자 같은 근로자성 판단이 모호했던 직종 상당수가 산재보험 제도의 보호를 받게 됐다.

그러나 자영농이 중소기업사업주로 볼 수 있는지는 불명확하며, 실제 적용 사례도 드물다. 산재보험법 6조의 ‘법 적용 제외’ 문언을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안전보험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고, 사후 가입이 어렵다. 여러모로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첫째,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해 5명 미만 농가도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소규모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에게 실질적인 보호책이 될 수 있다. 근로자 수를 축소하거나 쪼개 등록하는 탈법 사업장도 산재보험 제도 안으로 포섭할 수 있다. 다만 농장주 역시 영세한 경우가 많아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둘째, 어업과 유사한 별도의 재해보상보험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어민의 경우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이 제정돼 있다. 농업인에게 산재보험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농업의 현실을 반영한 별도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 제도는 전형적인 ‘근로자’로부터 출발해 점차 보호 대상을 넓혀왔다. 농업인의 업무상 재해는 통계상 결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며, 현행 제도로는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농업인도 산재보험의 보호망 안으로 포괄할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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