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의 의미를 주제로 한 교육과 토론회가 줄을 잇고 있다. 해외에서도 개정 노조법의 의의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노조법 개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곤 한다.
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업주가 포함된다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청의 살인적 부당노동행위에 맞서 싸운 하청노동자의 투쟁이 있었다. 백화점·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의 노동자들도 정기휴점일, 함께 쉬는 휴일 등을 요구하며 싸워 왔다. 판매노동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은 입점업체의 소관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백화점 등이 결정하는 영업일과 영업시간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이러한 교섭 요구에 대해 백화점 등은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며, 영업일과 영업시간은 ‘경영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노동위원회는 백화점 등이 입점업체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으며 판매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상 지휘·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은 백화점 등의 교섭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특히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되는지는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원사업주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실질적 지배력 유무를 기업 간 우월적 지위의 유무·정도와 연동시키는 것은,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의 다양성과 복합성에 기초해 개별 사안의 실질을 고려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하려는 해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노동부가 사용자 판단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과거의 판결들에서 ‘판단 요건’을 자의적으로 발췌해 기준을 만든다면, 법원이 경고한 대로 다면적 노동관계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고려하고 노무제공관계의 전체적 모습에 기초한 해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백화점 등의 영업일·영업시간 지정 및 변경이 판매노동자들의 근무시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했고, 설령 경영과 관련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헌법과 노조법이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취지에 비춰 단체교섭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반면 노동위원회는 판매노동자의 근무시간은 입점업체가 정할 뿐이며, 정기휴점일 요구 등은 교섭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법·제도 개선 등으로 접근해야지 단체교섭으로 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조법 개정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실질적 지배력을 근로계약관계와 유사한 정도로 협소하게 인정한다거나, 노조의 교섭 요구사항의 당부를 사전 검토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현재까지의 판례 경향과 상충될 뿐 아니라 노동 3권 보장이라는 목적에도 크게 미흡할 것이다.
노조법 2조 개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체교섭권 보장이라는 목적 아래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해석해야 한다는 법원의 탁견이 노동행정에도 수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동권 연구활동가(laboryu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