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입법을 앞둔 국회 논의체가 좌충우돌하고 있다. 현행 60살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늘려 2041년에 65살로 연장하는 방안이 한때 나왔지만 좌초됐다. 애당초 노동계의 반발이 예견된 안이다. 정년연장을 연내 입법하겠다는 여당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논의체 4월 출범해 논의했지만
공감대 형성 감감 … 당내 반발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단순히 정년연장을 바라는 쪽의 시각, 또는 원하지 않는 쪽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필패하며 서로 손해를 볼 것”이라며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반드시 조기에 진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가 회의에 직접 참석해 빠른 논의를 주문한 셈이다.
민주당은 4월부터 정년연장TF를 공식 출범시키고 양대 노총 등 노동계·재계·전문가와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9월에 정년연장과 관련한 공동입법안을 마련해 11월 안에 입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TF는 김 원내대표가 6월 당선하며 특위 형태로 격상됐다. 그 뒤 5개월 만에 1차 본위원회의가 열렸다.
그간 비공식적으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갔지만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짚어볼 만한 시점은 9월에 있었던 실무위원 제주도 워크숍이다. 당시 민주당쪽이 현행 60살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늘려 2041년 65살로 연장하는 안을 꺼냈고, 노동계의 반대 속 무산됐다. 법정 정년연장을 위해 일정 기간 재고용을 섞는 방식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재고용시 임금체계에서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노동자 의견청취 뒤 사용자에게 취업규칙 변경을 허용하는 안 △노동위원회에 관련 절차를 마련하는 안도 민주당쪽에서 함께 제시됐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예견돼 있었다.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고려해 적어도 2033년까지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민주당의 안은 노동계 요구보다 8년이 느리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2029년부터 정년연장하는 안을 절대 합의해주지 말라는 조합원들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두 달 남은 올해, 공전한 특위
민주당 “연내 입법 목표” 재확인
민주당의 안이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며 이날 회의도 한차례 더 공전했다. 한 특위위원은 “시간이 갈수록 소득 크레바스(공백)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연내에 입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TF부터 민주당이 의제도 안 좁히고 얘기만 듣고 있다가 참여자들의 동의를 못 받는 뜬금없는 안을 던진 것”이라며 “연내 입법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법정 정년연장의 사회적 공감대를 강조하고 회의 구성까지 다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동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은 본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청년단체와 토론을 했는데,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있고, 청년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또 다른 당사자로 청년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법정 정년연장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정년연장이냐 퇴직 후 재고용이냐’ ‘누가 논의를 위한 대화에 참여할 것인가’로 논의를 뒤로 돌린 격이다.
민주당은 연내 입법 목표는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김주영 특위 간사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내 입법을 아직 목표로 하냐’는 질문에 “목표로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결합하는 부분과 임금체계 개편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할 것인가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오늘은 재계 (주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인데 그럼에도 실무진 간 논의를 통해 의견접근해 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