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25년 3월, 인천공항 자회사 소속 29살의 청년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2025년에만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 다섯 명이 야간근무 중 사망하거나 추락사했다. 인천공항은 2024년 12월에 7년여간 진행해 온 4단계 확장 사업을 마무리했다. 2여객터미널이 확장됐고, 4활주로 및 계류장 75개소가 신설됐다. 여객이 늘었으니 노동자들도 그 규모에 맞게 늘려야 한다. 하지만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증원 규모보다 채용인원을 적게 산정했다. 그마저도 절반 수준의 인원만 채용됐다. 고질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한 연속 야간노동은 노동자들의 심신을 무너뜨렸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선포한 장소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에서 용역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자회사에 채용됐다.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 채용’이라고 몰아세우는 이들에게 밀린 정부는 ‘자회사 채용’을 ‘정규직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8년여가 지난 지금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좋아졌는가. 인천공항 자회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되었는가.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고객경험 인증 최고등급 5단계 4년 연속 획득’이라는 성과를 자랑하는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 성과를 만들어 낸 현장노동자들을 존중하고 있는가.

인력 부족과 연속 야간노동은 결코 좋은 노동환경이 아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린다. 한국공항공사는 자신이 100% 출자한 자회사와 수의계약을 하는데도, 인건비를 시중노임단가의 100%를 지급하지 않고 낙찰률을 적용해 92%만 지급한다. 이런 불공정한 관행 때문에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해진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원청인 한국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노무비를 감액하는 ‘결원정산’이라는 제도 때문에 자회사 노동자들은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10월1일부터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전국공항노조로 구성된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파업에 돌입했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국 15개 공항에서 전기와 통신 등 시설을 관리하고, 설비를 운영·점검·개선하며, 공항을 청소하고 보안검색을 하고 탑승교를 운영하고, 소방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은 이유는 이곳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인력이 부족하고,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한국공항공사 컨설팅 보고서 분석’ 자료에 의하면 한국공항공사 보안검색 분야 노동자의 이직률은 16.8%에 이르고, 시설 운영 분야에서는 20~30대 퇴자사가 많다고 한다.

공항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면 시민들의 안전도 지켜지지 못한다. 인천국제공항 관제사가 관제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고, 보안요원이 부족해서 총기부품이나 공포탄 등 항공기 반입 금지물품이 검색을 통과하기도 하며, 야간근무 중이던 노동자가 승객 이동용 버스에 치여 숨지는 등의 사건이 벌어지는 공항에서 이용자들은 과연 안전할 수 있겠는가. 인력충원과 교대제 개편,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결원정산제 폐지 등 파업의 요구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교대제 근무형태 변경은 자회사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조건 개선의 책임도 자회사에 떠넘긴다. 하지만 교대제를 변경하려면 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그 권한은 원청에 있다.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개선할 책임도 원청에 있다. 원청인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에 화답하여 교섭에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 자회사라는 점을 믿고 열심히 일했던 청년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고, 더 이상 미래가 없는 현실에 좌절하여 퇴사하고, 형편없는 노동조건을 보고 채용에 응하지도 않는 이런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을 응원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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