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마트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동위원회가 기업의 일부 조치를 노동법 위반으로 판정하면서 구조조정이 합리적 경영 판단을 넘어 노동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 노동자 ‘관리직’ → ‘상품진열’
‘부당전보’ 판정 중노위 상대 행정소송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월 이마트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인정한 뒤, 이어 7월 중노위가 이마트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이마트가 팀장·점장급 노동자 11명을 다른 점포로 발령하면서 시작됐다. 관리직(BAND1~2)이었던 해당 노동자들은 상품진열 및 정리정돈 등 주로 전문직(매장 현장 직무) 또는 파트타이머가 수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노동자들은 사실상 강등이자 경력관리상 중대한 불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출퇴근 시간이 늘고 차량지원이 중단되는 등 생활상 불이익도 뒤따랐으며, 전보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쪽은 경영환경 악화와 인사 적체 해소, 조직 쇄신 필요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임금과 직급 변동이 없으므로 생활상 불이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지난 2월 “업무상 필요성을 입증하기에 자료와 소명이 부족하다”며 부당전보를 인정했다. 생활상 불이익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3월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 노동자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받았고, 같은해 12월에는 대상 범위를 대리~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까지 확대했다. 이와 같은 조식 쇄신 과정에서 전보와 강등성 인사조치가 잇따르면서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임금피크제를 앞둔 이마트 노동자 172명 중 43%는 희망퇴직했고, 잔류 인원 가운데 91명은 이번 사건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농산·수산·축산 등에서 매장 업무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랜드 ‘부당전보’ 이어 ‘해고 책임 회피’ 의혹

이랜드리테일 역시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하다가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리테일은 영업부서를 떼어 별도의 회사를 세운 뒤 노동자를 전적시키는 방식으로 해고 책임을 회피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자들은 10년 고용보장 약속을 받았지만, 지난 3월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사쪽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간 것”이란 입장이지만, 법인 청산을 통한 사실상 해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랜드리테일은 비상경영 체제 속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다 노동위원회 제동에 걸린 바 있다. 뉴코아 영업팀장을 천안 물류센터로 전보한 조치가 서울지노위에서 부당전직으로 판정된 것이다. 영업관리에서 단순 물류업무로 전환된 해당 노동자는 생활상 불이익과 경력단절 위험을 주장했고, 서울지노위는 사쪽의 업무상 필요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랜드노조는 서울지노위 판정을 근거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조합원 4명에 대해 별도로 서울지노위에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랜드리테일이 현재까지 전환 배치한 인력은 △주차·안전관리 업무에 360명 △고객 상담실DP 40명 △판매업무DP 40명 △물류업무DP 22명 등이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유통산업이 전환기를 맞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그동안 방치해 왔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문제를 책임 있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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