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7일 세아베스틸 노동조합에서 찾아왔다. 통상임금 소송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소송은 지난 1월23일 대법원에서 재직조건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노동자들의 승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이들은 ‘무슨 소송이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분명히 대법원에서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받았지만, 지금 세아베스틸에서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등을 주장하면서 사측을 상대로 한 소송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판결했던 사건은 2015년 4월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니 세아베스틸 노동자들은 10년 만에 다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선출된 위원장을 포함한 신임집행부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 주고, 진행 중인 소송사건에 관해서도 설명해 줬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계약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 세아베스틸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등에 관해서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해서 얼마 전 노사합의를 했다. 조합원 투표로 가결된 합의서에는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소송을 취하하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합의서를 제출하면, 사측은 정해진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그 합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소취하와 부제소합의를 하든가, 아니면 소송을 해서 법원 확정판결을 통해서 체불임금을 지급받든가 선택해야 했다. 조합원 대다수는 합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소취하와 부제소합의를 했다. 아직까지 약 200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버티면서 소송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사합의를 수용하지 않고 사측을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하는 세아베스틸 노동자의 요구는 단순하다. 자신의 임금권리를 보장하고 이행하라는 것이다. 삭감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임금권리를 인정하라고, 소취하와 부제소합의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케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노라고 소송을 통해서 외치고자 하는 것이다.

 

2. 세아베스틸 소송은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를 묻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을 묻는 사건이다.

세아베스틸소송이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사건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다.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사건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재직조건 등 고정성이 결여된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이후, 우리 노동현장에서는 재직조건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해서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했다. 각급법원에서도 재직조건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세아베스틸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은 무효라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이 상고되면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재판부에 회부해서 심리를 진행하였다. 이렇게 해서 세아베스틸에서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이 나라에서는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23일 대법원은 세아베스틸에서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던 것이고, 이것이 많은 언론의 보도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세아베스틸 소송사건은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 하는 사건이 아니다. 2018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서 나는 원고 노동자들을 대리해서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그 뒤 나는 피고 사측의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 말고도, 대법원에 원심 서울고등법원판결이 위법·부당하다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바로 주휴수당 청구에 관해서였다. 2015년 초 소송하기 위해서 찾아왔을 때 노동조합은 오로지 재직조건의 상여금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것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서 추가로 연장·야간 등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받고자 했다. 그렇지만 나는 세아베스틸의 급여 자료를 살펴보고 나서 주휴수당에 관한 청구를 제안해서 포함시켰다. 세아베스틸 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조건이 무효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도 이런 주휴수당 청구는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원고 노동자들은 불복해서 대법원에서 위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해달라고 상고했다. 마침내 지난 1월 대법원은 위와 같이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세아베스틸에서 주휴수당 지급도 위법하다며 원고 노동자들의 상고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주휴수당을 청구하게 된 것은 주휴수당이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은 당연히 통상임금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주휴수당이란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1주일에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고 있는 것인데(제55조), 바로 이 ‘유급’을 말한다. 통상 일요일이 주휴일인데, 이날을 근로기준법은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것이니 사용자가 근로자가 휴일로 쉬더라도 유급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그 임금액은 통상임금 기준이어야 한다. 월급제가 아닌 일급제·시급제 등으로 자신의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들은 기본급과 각종수당 외에도 주휴수당을 별도로 지급받는다. 그런데 그동안 이 나라 사업장들에서는 통상임금 기준이 아닌 기본급 기준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아베스틸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될 경우에는 주휴수당도 크게 증가된다. 그래서 나는 주휴수당 청구를 포함할 것을 제안해서 소송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주휴수당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세아베스틸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업장들에서 세아베스틸에서처럼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해 왔다. 그러니 지난 1월 선고된 주휴수당에 관한 대법원판결은 세아베스틸 말고도 이 나라의 많은 사업장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직조건의 상여금과 달리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나라 노동자들의 임금권리 보장을 위해서 무관심할 수가 없다.

 

3. 이상이 소송을 통해서 주장하고 보장받고자 하는 세아베스틸 노동자의 요구다.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이러한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해서 각종 법정수당 등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사측에 요구해 왔던 것이고,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 법원에 소송하는 것이다. 2015년 4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당시 세아베스틸 노동조합은 대표자들을 선정해서 소송을 진행하여 판결 결과를 전체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하는 이른바 대표소송에 관한 노사합의를 하고서, 그에 따라 그 소송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러한 대표소송 방식의 통상임금 소송은 현대차, 기아 등을 비롯해서 여러 사업장에서도 이미 진행하고 있었고, 특히 재직조건의 상여금이 고정성 결여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측이 승소를 확신하고 있던 터라 세아베스틸에서 대표소송 합의는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었다. 2015년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서 201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우리 법원이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원고대리인으로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의하더라도 세아베스틸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부당하니 그 법리를 변경해 새롭게 재직조건의 임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며, 아예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재직조건 자체가 위법·무효라는 등 온갖 주장을 준비서면과 항소이유서로 쏟아내면서 주장했지만, 과연 법원이 받아줄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위와 같이 2015년 대표소송을 제기하고서, 2018년에 다시 소장을 제출해서 소송을 진행하게 됐고, 그 뒤에는 조합원들이 직접 원고로 참여해서 집단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청구기간을 달리해서 3개의 소송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대표소송사건에 관해서 대법원판결이 나왔고, 위에서 언급한 노사합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대표소송 합의에서는 원금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라 주장하고, 2018년 소송은 대표소송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집단소송의 소장을 제출한 이후 기간의 청구는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노사합의서에는 그 주장들이 반영된 합의금액수가 기재돼 있다. 그래서 조합원 투표로 가결된 노사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조합원들 일부는 소송을 통해서 자신의 임금권리를 요구해서 보장받겠다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 자신의 임금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요구는 법적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세아베스틸 말고도 이 나라의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노동자권리를 포기하거나 삭감당하지 않고, 당당히 요구해서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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