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최근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고용한 노동자의 을질로 눈물을 흘린다는 사업주의 억울한 사연들이 자주 소개된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사업주나 상급자가 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이 갑질이라면 을질은 노동자들이나 하급자가 상사나 사업주의 지시를 무시하고 근무를 태만하게 하고도 노동법상의 권리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사례는 몇 가지를 보자.

먼저 회사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연차유급휴가를 쓰는 자유분방한 노동자의 행태를 지적한다. 다음 날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직전 일에 연차유급휴가 사용 청구를 한다거나 심지어 당일 아침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고 통보한다는 하소연이다.

언뜻 보기에는 회사로서는 참 난감할 수 있겠구나 하고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 제도의 취지와 규정을 고려하면 이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이다. 근로기준법 60조5항에서는 사용자는 노동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날 하루 전에 휴가 사용을 요청하든 당일에 요청하든 문제 될 것이 없다. 일정 기간의 소정근로일의 개근에 따라 보상휴가의 성격으로 생성되는 연차휴가 특성상 노동자는 휴가사용의 사유 등을 입증할 의무도 없다.

어떤 사장님은 매번 전화로 왜 우리 회사 직원들은 금요일이나 월요일에만 집안일이 생기느냐며 하소연한다. 열 받겠지만 금요일과 월요일에 연차를 쓰는 게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사장님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이를 막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에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경우 사용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사업운영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회사에 있다. 그러니 감정적으로 휴가를 반려하지 말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업운영의 지장을 노동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소홀히 하고 이를 질책하면 반발해 하급자들이 오히려 상사를 왕따시키는 사례다. 이는 을질이 아니라 명백한 갑질이다. 근로기준법 76조의2에 따른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상사와 하급자 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하급자들이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러한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상사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업무환경을 악화시킨다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 경우 회사는 정당한 업무상의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적절한 징계 등을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소극적인 근무태도가 가장 큰 불만이다. 이를 지적하면 다음날 그만두는 무단퇴사도 자영업자를 울린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인성바닥 알바들에 대한 분노로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미루고 직접 받아 가라고 하기, 이직확인서 신고 최대한 미루기 등의 위법한 복수 방법이 올라온다, 일반 회사에 비해 인력의 대체 역량이 충분치 못한 자영업자의 고충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감정적 대응은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젊은 직원들이 권리의식만 높다, 요즘 알바들은 개념이 없다며 투덜대는 고루한 태도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조직의 리더십 부재의 민낯을 드러낼 뿐이다. 사업장 내 원칙과 질서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을 통솔할 리더십을 구축하는 기본적인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