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우리 사회 간접고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간접고용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장과 고용계약을 맺는 사업주가 다른 고용형태를 말한다. 파견과 용역(도급), 사내하청이 대표적인 형태다. 이러한 간접고용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업무의 전문화와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지만, 실상은 노동자 권익을 축소하고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노동자가 겪는 현실과 투쟁

간접고용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위탁업체가 바뀌는 시기가 올 때마다 고용불안을 경험한다. 이들에게 위탁업체 교체는 단순한 사업주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면서 고용이 유지되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고, 고용이 유지돼도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임금 삭감, 복리후생 축소, 근무환경 변화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노동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권 행사의 어려움이다. 자신의 노동권을 쟁취하려고 해도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우린 용역업체와 계약했다”라는 책임 회피형 논리로 일관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이 아닌 용역업체와 교섭하는 기형적 구조에 갇혀버린다. 이는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소속 업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노조를 구성하기 어렵고 원청을 상대로 한 집단적 교섭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노조법 2·3조 개정에 간접고용 노동자가 함께 힘을 쏟은 데에는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모여서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교섭 상대방과 마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원청의 이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방기

원청은 왜 끊임없이 직접고용 하지 않고, 간접고용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갈까? 비용을 절감하고 부수적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고,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원청은 각종 부가적 비용을 절감하고, 경기 변동에 따라 인력을 쉽게 조정하고 나아가 노사관계에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노동자 인권과 건강은 빠져있고 나아가 최근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빠져있다. ESG 경영이 전 세계적 트렌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모순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공공부문에서는 여전히 간접고용이 남아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컸고, 여전히 전환 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가 있다. 2021년 전환을 두고 공단과 합의했음에도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위탁을 새롭게 공고를 내고 현재에도 위탁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데 12개의 위탁계약이 이루어지고 11개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소속을 다르게 하고 동일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다른 기준 속에서 노동조건이 형성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원청인 공단의 이행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는 노동자의 단결을 어렵게 만들고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센터에서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원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주로 대상이다.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가 사라진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관해 묻는 질문에 많은 참가자가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간접고용은 단순히 노동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차별의 벽을 만들고 살아가는 개인의 삶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차별을 없애고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데 있어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kihghd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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