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걸그룹 ‘소녀시대’가 유행했다. 소녀시대의 응원가는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이었다. 이러한 구호처럼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예능·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산업전환’이라는 키워드도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일들을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전환이라는 단어는 자동차산업 전환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의 전환을 지칭할 때 많이 사용된다. 길을 다니다 보면 전기차가 많이 늘어났고, 주차장에 가보면 전기차 충전구역이 많이 늘어났다. 이는 분명한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직후 전기차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이러한 생산증가는 많이 줄어들었고, 내연기관 부품 생산 노동자와 기업의 혼란과 불안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앞으로 생산·정비·주유 노동자 등 관련산업의 노동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급격한 혼란까지는 예측되지는 않는다.
충남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전환의 위기는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의 전환 문제이다. 중국산 저가제품의 품질향상 등으로 한국의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체는 30대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석유화학과 철강산업 문제를 ‘산업전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그리고 지역을 지탱하던 거대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산업전환’이라는 용어가 가장 적확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산업전환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자주 겪었던 일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방직공장, 석탄광산 등이 문을 닫았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은 그간 없었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라는 허황된 구호 속에서 기업은 살아남았지만 노동자는 살아남지 못했다. 산업전환의 문제를 산업의 위기로만 생각했지 노동의 위기로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현재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에 대한 지역의 고민 역시 그러하다. 어떻게 하면 물량을 더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 그 안에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물량을 가져오고 지원금을 주는 것은 언젠간 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계가 드러날 때까지 산업은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할 것이고, 노동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산업전환의 문제는 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문을 보면 AI로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종종 나온다. 단순노무직부터 전문직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이들도 산업전환의 대상이고, 내연기관 생산 노동자보다 더 빨리 없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산업전환’을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