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미래 사회의 방향을 놓고 두 개의 약어가 자주 눈에 띈다.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다. 우리 사회를 인공 지능과 녹색으로 대전환하겠다는 취지에서 동원한 약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전환보다는 디지털 전환(DX)이 더 흔하게 쓰였지만, 인공지능이 디지털을 대변하게 되면서 이제는 AX라는 용어가 훨씬 자주 사용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정책 문서에서 두 약어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달 공개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보면 “제조 AI전략 R&D 추진 등 뿌리부터 첨단기업까지 AX 대전환”을 하겠다는 식의 강력한 논조가 발견된다. 심지어 15개의 ‘AX대학원 설립 추진’이나 ‘AX실증산단’ 계획이 있을 정도다. 다만 AX가 자주 사용된 것과 대조적으로 GX라는 용어는 이 문서에서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GX의 핵심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적시돼 있다.

물론 미래 사회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 요인은 이외에도 많다.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가 일으킨 관세전쟁 파장이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 같은 글로벌 불안정성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중대 요인이다.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도 민주주의 차원에서 장래를 어둡게 한다. 한국과 아시아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초저출생 역시 미래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과 모두 연결돼 있으면서 동시에 미래 사회와 경제의 모든 방면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새로운 두 요인이 있다. 과거의 역사적 경험으로는 별로 참조할 만한 전례를 찾기 힘든 두 가지로서 인공지능(디지털) 확산과 기후(생태) 대응은 미래 전망이나 국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는 경우 가장 심각하게 다뤄야 할 주제다.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AI 이슈는 국가의 산업과 경제구조에, 심지어 국제관계와 외교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끝도 없이 확장되고 있다. 매년 최고 폭염 기록을 만들어내는 기후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전환(Transformation)은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변형시켜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여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보는 이해관계자가 나오게 돼 있고, 전환의 위험부담과 비용을 떠맡은 당사자와, 전환의 기회와 이익을 챙기는 당사자가 일치하지 않을 개연성도 생긴다. 문제는 전환을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두면 대체로 사회적 약자가 위험과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찍이 탄광 폐쇄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위험부담을 떠맡은 상황을 개선하고자 나온 전략이 ‘정의로운 전환’이었다. 이후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전환을 포함해 기후 대응을 위한 생태전환으로 격상됐고, 글로벌 차원에서 인정되는 중요한 정책 의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AX나 DX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전환 과정에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규모로 양산되는 불안정한 플랫폼노동 보호를 고려하려는 노력 등은 사실 모두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가 반영된 것이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공식 국정 의제로서 AX를 경제와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면, 잘 알려진 알고리즘 편향이나 인권 문제·딥 페이크 등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불안과 소득 감소를 포함해서 전환의 위험과 비용 부담을 사회적 약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오게 될 것이다.

물론 개념적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AI’에 어느 정도는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포함됐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AI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수준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한정될 수는 없다. 기존 산업에 AI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인적인 구조조정, 기존 직원을 대체하는 방식의 AI 도입 등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정책적 고려를 넓혀가야 한다. ‘AI 3대 강국’이라는 무게 못지않은 ‘정의로운 AX’를 위한 설계가 필요할 때다.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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