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나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해마다 이주노동자 관련 산업재해가 늘고 있다.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가장 많으며 간혹 이주노동자에 의해 유발된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에 관련한 사고가 잦은 것은 국적국에서의 안전에 관한 인식 수준이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계 동포를 제외한 대다수의 단기 근로 이주노동자는 한국어 소통에서 어려움이 있는데, 언어 소통 불가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보조 이주노동자와 한 조가 돼서 일한 한국인 노동자가 피해자인 산재사고였다.

한국인 A씨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한 조로 일했다.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한 조로 일했으나 한국인 노동자가 은퇴한 후에는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했다. 한 조가 된 두 노동자는 사출 기계의 양 끝에서 각자의 일을 했다. 비숙련자인 이주노동자는 자재 투입을 맡았고, 한국인 노동자는 기계를 거쳐 출하되는 제품을 관리했다.

해당 사출 기계는 투입된 원자재를 고압으로 변형시켜 특정한 형태의 제품이 출하되는 기계였으므로 자재의 투입은 일정 시간의 간격을 두고 진행해야 했다. 간격은 정확한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고, 기계의 가동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비숙련자인 이주노동자는 이 미묘한 시간적 간격에 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사고가 난 날 이주노동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재를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투입했다. 그리고 기계 내부의 압력은 기계의 외벽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출하 지점에 위치한 A씨는 기계의 소음, 출하되는 속도를 통해 기계의 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 즉시 투입 쪽에 위치한 외국인 동료에게 “멈춰, 그만”이라고 소리치고 손짓을 했다. 하지만 큰 소음이 섞인 공간에서 한국어에도 서툰 이주노동자는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했다. A씨는 이주노동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자신의 말을 듣고 투입을 멈췄을 것으로 생각해 업무를 계속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투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더 손쓸 새 없이 기계는 압력 이상으로 출하 부분이 폭발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병문안을 왔던 목격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포탄이 터진 것 같은 상황이 빚어졌다고 한다. 그 폭발을 맨몸으로 받은 A씨는 살아 있는 것이 다행한 상황이었다. 그는 산재가 승인돼 오랫동안 치료받았으나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남았다.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가 멈추라는 말만 알아들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 또 애초에 작업에 관한 상세한 교육이 있었다면 이주노동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계에 관해 잘 알고 있었던 한국인 노동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작업 방식을 교육했는데,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비언어적 표현(손짓, 제스처)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직접 시범을 보이고 그대로 따라 하도록하는 방식의 교육이었다고 하니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눈치껏 일해야 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영세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어교육 및 안전교육은 비단 이주노동자의 보호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어 국민 보호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이주노동자를 위한 어느 정도의 한국어 교육과 안전보건교육이 마련돼 여러 국가의 언어로 지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교육의 내용은 통상적 소통과 공통적인 위험 상황에 국한돼 한계가 있다. 보다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장 특성을 고려한 한국어 교육과 안전교육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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