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조법을 개정하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동지들이 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만족하고 있기에는 이르다. 개정된 노조법은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제안한 원안보다는 후퇴했기 때문에 이번 노조법 개정안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누더기’ 법안이 되지 않았을까 불안했다. 그러나 개정 법안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니 이 정도면 현장에서 투쟁하던 비정규직 동지의 피, 땀,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수건 정도로는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법 규정상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나 그 범위는 기존 판례가 인정하던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영역이 확대됐다기보다는 경계가 확정된 것에 가깝다. 더해 노동쟁의에 포함될 수 있는 범위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는 영역 또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영역에서 법률적 해석의 여지가 많으므로 매우 어려운 다툼들을 예고하고 있다. 이전까지 노동자들의 피를 말리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부진정연대책임의 예외조항도 생겼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개별 노동자들의 지위, 역할, 쟁의행위 참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관여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므로 각 노동자의 책임 여부에 대한 다툼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노조법 개정의 결과는 그 성과와 한계가 명확하다. 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지만, 그 영역을 명확하게 하려면 실질적인 투쟁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쟁취한 부분을 확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쟁의 영역에 있어서 법은 투쟁의 목적이 아닌 ‘도구’이므로, 우리가 이 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노조법 개정을 통해 ‘진짜 사용자’를 싸움터로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사용자에 대한 압박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 ‘정당한’ 싸움의 대상이 더 넓어졌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장이 넓어졌고, 싸움의 결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수적 손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어논리가 늘어났다. 어쩔 수 없이 손배책임을 지게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를 조정하거나 예상할 수 있도록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이 선택한 전장에서 맨손으로 싸워왔지만, 이번 노조법의 개정을 통해 진짜 사장이라는 타격지점을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며,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손해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쓰임의 전제조건은 실제로 현장투쟁이 조직돼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투쟁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얻은 새로운 노조법의 용도와 한계를 익혀 더욱 강하게 공격하여 승리하고, 물러나더라도 우리가 입을 피해는 최소화하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자들은 결국 이 법의 한계와 허점을 파악하게 될 것이며, 환경에 적응한 그들의 압제는 계속될 것이다.
법이라는 도구는 언제나 그 한계가 명확하다. 자본가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의회가 제정하고, 이 체제에서 가장 보수적인 법원의 판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법의 한계를 자각한 주체의 적극적인 활용 없이는 법 자체만으로는 쓰임새가 없다. 적극적인 투쟁이라는 우리의 실천 속에서만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법을 개정했다는 점에 안주해 투쟁을 건설하지 않고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운동은 한 걸음 물러서는 꼴이 될 것이다. 조직하고 기획하고 투쟁하자. 개정된 노동법이 진정한 쓰임새를 찾을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