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라 부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에 부쳐졌다. 노란봉투법은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기업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 그리고 그 청구를 법원이 헌법적 관점의 고려 없이 인용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 3권이 침해되는 문제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로부터 시작된 노란봉투법의 오래된 이야기는 손배·가압류라는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넘어, 기존 정규직뿐만 아니라 새롭게 확산해 온 파견·도급·하청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운동으로 넓게 펼쳐졌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노조에 대응하는 노사관계의 일방인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미 2010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 3. 25. 2007두8881 판결)와 그에 이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대법원 2021. 2. 4. 2020도11559 판결), CJ대한통운 사건(서울고등법원 2024. 1. 24. 2023누34646 판결) 등 그간 법원이 내온 법리를 법조문으로 명문화한 정도다. 즉, 사용자 범위 부분 개정은 새로운 내용이 전혀 아니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반대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 게다가 판례를 법조문에 넣은 수준이라 원청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추상적인 법규정에 대한 해석, 일터마다 다른 사실관계, 증거로 판단되는 법적 현실로 인해 사업장마다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형식적’이고 ‘추상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 범위 개정으로 그간 노동위원회가 원청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직접적 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형식적 사정을 들어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가 아니라며 노동쟁의 사전조정을 회피(중앙노동위원회 2020. 6. 1. 중앙2020조정24 결정 등)해 왔던 잘못된 태도는 바뀌어야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에는 임금·노동시간·복지·해고에 관한 근로조건 ‘기준의 설정’(이익분쟁)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사항,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노동쟁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에 관해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면책, 노조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등의 규정을 뒀는데, 목적 타당성이 없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합당한 내용이다.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비율과 감면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2023년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한 정도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은 기존 판례 법리를 명문화하거나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 3권을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정도여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 반대로, 노란봉투법은 ‘최소한’의 장치에 불과해 노조법이 개정돼도 기업들이 사용자성을 인정할 리 없고, 손배·가압류도 필요한 대로 제기할 것이고, 소송은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노란봉투법 자체에 거는 개인적인 기대는 작은 편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노동조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끼리 제한 없이 의제를 정해 투쟁하며 교섭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제 3자인 고용노동부, 검경, 법원 등 국가기관은 교섭과 투쟁에 대한 사전·사후 개입에서 한 발 물러서고, 노조와 사용자가 거침없이 대면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