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민석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 작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복권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볼 때 윤석열 정권의 시작에 조국 사태가 있었다면, 윤석열 정권의 몰락의 완성은 조국 사면·복권되는 게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조국 전 대표가 석방의 변에서 “오늘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인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이다. ‘검찰공화국’ 태동과 그것의 몰락이 조국이라는 개인의, 더 정확하게는 한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서사가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서사에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계기로 논쟁이 격화하며 가히 ‘조국 사태 시즌2’를 방불케 하는 대립구도가 재현됐다. 이 대립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실제 이재명 정부의, 민주당 정부의 지지율 또한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평가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대답은 한 달 전에 비해 5%포인트나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7%포인트 상승했다. 취임 이후에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평가 이유에서도 조국 전 대표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특별사면’이 부정평가의 이유 중 22%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고, 조국 전 대표의 사면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48%로, 찬성한다는 응답(43%)에 비해 5%포인트나 높았다. 무당층도 과반수 (63%)나 반대했다.

이렇듯 조국이라는 개인을 두고 ‘검찰공화국의 희생자’로 규정할지, 아니면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규정할지에 따라 대립하는 상황에서 대화는 불가능하다. 단순히 조국이라는 한 개인, 혹은 정치인에 대한 입장 표명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조국 사태에 대한 이해, 한국 사회에 대한 규정, 나아가 개인의 정치적 지향성 및 정체성까지 정해진다. 이와같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의 ‘재현’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정치적 주체 창출과 같은 ‘생산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는 선택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대립구도가 평행선을 달릴 수 있었던 건 애초부터 이 사건 자체가 어설픈 봉합, 타협 등을 통해 진행돼 왔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대립 자체를 지양하기 보다는 대립구도를 이어 가며 서로 적당히 비난하고 그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방식으로 타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작 책임권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라진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추미애 대 윤석열’이라는 전선이 뚜렷해진 상황에서조차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과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발언 등을 통해 사태를 어설프게 봉합하려 했다. 만약 그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 빠르게 갈등을 봉합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책임을 방기했고 우리는 그가 사라진 자리에, 아무도 책임질 수 없고 그저 무한히 서로를 분열시키기만 하는 그 자리에 놓여 무의미한 재현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그 모든 대립을 조국이라는 개인에 대한 사면으로 어설프게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윤리21>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 했다. 책임을 진다는 건 ‘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을 상정하기에, 자유로운 주체야말로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어설픈 타협·봉합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이미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는 것, 그리고 끝까지 그 책임을 다하는 것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다시 말해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리해 진정한 조국 사태 종결을 위해서는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전수조사를 통해 발본색원하는 것과 같은 사회개혁으로 나아가지 않고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에 그럴 용기가 있는가. 조국 개인에 대한 사면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로 사태를 이끌 책임은 이제 이재명 정부의 몫이 됐다. 부디 여기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왜 대통령만 바라보았는가> 작가 (fpdlakst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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