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원고는 현대제철 주식회사로 ‘정규직’ 노동자들과 약 4천여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 등을 통해 제철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다.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은 전국금속노동조합으로, 참가인은 충남지부 산하에 현대제철비정규직 지회를 두고 있다. 같은 지회는 원고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다.
2021년 7월9일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에 대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중 △산업안전보건(하청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 작업 중지권 보장 등) △차별시정 △직접고용 원칙 및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자회사 채용 중단 등 네 가지 의제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교섭 요구 사실을 게시하지 않았고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위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단체교섭 거부에 해당한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관계가 없으므로 현대제철이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노조법상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금속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2022년 3월24일 결정을 통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관해 현대제철이 사용자 지위에 있으므로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보아 현대제철의 부당노동행위를 긍정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판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 법원 판단
법원은 노조법상의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한다고 해석했다. 주된 논거로 설시한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하나, 경제 조건에 의해 다면적 고용관계가 확산됐는데,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용자들 단체교섭의 상대방에서 제외한다면, 기업의 필요에 의해 다면적 노무 제공관계를 형성한 근로자들은 구조적인 이유로 기본권인 노동3권을(특히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둘, 특히 제조 건설업의 경우 하청업체는 대부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전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없어 하청과의 교섭만으로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기본협약 중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자율적 교섭의 촉진 등을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명시한 규정들이 있는데, 단체협약의 상대방으로서의 사용자를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넷, 노조법은 사용자 단체와의 교섭도 가능한 것으로 상정하고 있어 노조법은 사용자가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섯,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교섭 거부)의 사용자와 동조 동항 제4호(지배 개입)의 사용자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
3. 해설 및 평가
가. 지배력설의 재확인
대상 판결은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자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흔히 ‘지배력설’이라고 불리는 같은 기준은 이미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4호의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를 판단함에 있어 채택된 바 있다. 같은 기준이 다른 부당노동행위 유형에도 채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노조법은 하나의 규정을 통해 사용자를 정의하고 있다. 각 부당노동행위 유형에 따라 사용자의 정의 및 범위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대상 판결 역시 같은 취지로 판시했다.
대상 판결은 현대제철 측의 주장과 같이 계약의 존재 여부가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판단 기준이 되면 이와 같은 ‘구조적으로 무의미한 교섭’만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형해화되기 때문에, 합헌적 법률해석상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나. 교섭 의제별 사용자성 판단
중노위는 네 가지 의제 중 산업안전보건에 관해서만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법원 역시 의제별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석 내지 입법적인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측면이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비교적 증거가 수집된 상황이었다. 현대제철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이미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파견된 파견 노동자들임을 법원(인천지법 2022. 12. 1. 선고 2016가합50814 판결. 항소심 진행 중.)과 고용노동부에서 확인받은 바가 있다. 소위 ‘불법 파견 소송’에서 요구되는 증거의 양을 생각할 때, 같은 확인은 노동조합이 이미 상당한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증거 수집 능력은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활발하게 활동해 왔음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중노위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해만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배척했고, 법원은 산업안전보건의제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변론주의를 들어 판단하지 않았다. 진전된 판정, 판결이나 다소간의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실질적 지배력의 증거가 모두 사용자에게 편재돼 있고, 반대로 입증 책임은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는 자(노동조합)에 있다는 데서 오는 한계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원청사업주를 상대로 어떤 사항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면 일응 그 교섭사항은 원청사업주와 교섭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노무도급에 불과한 사내하청은 이미 구조적으로 임금, 고용상 지위, 산업안전, 노조활동 등 상당부분 사안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원청’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 법원의 입증책임의 전환이나, 추정 법리가 필요하다.
다.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십 개의 교섭’
변론 과정에서 현대제철 측은 지속적으로, ‘중노위의 판정이 유지된다면 극단적인 경우 수십 개의 하청업체와 수십 개의 교섭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다면적인 고용관계의 이익을 향유하는 현대제철이 교섭 실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고용관계는 전적으로 최상위 사용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 심지어 상당수는 파견법 위반의 소지 역시 존재한다. 일방의 이익을 위해 타방의 기본권이 형해화되는 해석을 할 수는 없다.
아울러 현대제철과 최근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경영계가 주장하는 우려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체계는 산별 중심으로 그 무게의 중심이 많이 움직인 상태다. ‘원청’은 민주노총 산하의 산별노조, 한국노총 산하의 산별노조 둘과 교섭을 하는 것으로 충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하청’ 단위의 기업별 노조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워 그 수가 더욱 줄어드는 중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역시 그러하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내의 대다수의 ‘하청’에서 다수노조는 금속노조다. 같은 사업장들에 대해 개별적인 교섭을 할 필요 없이, 현대제철은 금속노조와 교섭을 하면 된다. 수십 개의 교섭을 해야 할 실무적인 이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라. 사회적 대화
대상 판결의 결과로 결국 사회적 대화가 확대될 것이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자신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원청사업주하고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단체교섭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이윤은 누리고 권한도 행사하면서도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해온 원청사업주가 그에 맞는 노동법상 책임을 지는 것은 매우 공정하고 타당한 일이다.
4. 결론
현대제철은 ‘사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속노조의 교섭을 거부했으나 법원은 지배력설에 따라 현대제철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이고 따라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했고 따라서 같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형해화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판단은 타당하다. 향후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교섭을 통해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도 노란봉투법이 하루 속히 국회를 통과하고 온전하게 시행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