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1세대인 이덕조(58·사진) 공인노무사는 31년간 건설현장을 지켜봤다. 그는 “건설노동의 진짜 문제는 산업안전”이라며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관행을 바로잡아야 젊은 세대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법인 더원이앤씨 
노무법인 더원이앤씨 

- 1세대 노무사로 꼽힌다.

“공인노무사 시험에 1993년(4기) 합격하고, 1994년 개업해 올해로 31년 차다. 노무사가 되기 전엔 사단법인 산업노동연구원에서 일했다. 노동시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연구원의 노사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노조를 결성하고 초대 노조위원장을 맡아 파업도 했었다. 그때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집단적 노사관계를 경험했다. 노무사로 진로를 변경한 결정적 계기였다.

지금은 드라마 주인공으로도 나오지만 그 당시엔 노무사라는 직업이 생소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노무사가 뭐냐’고 물을 정도였다. 우리 기수는 18명뿐이었고, 그것도 격년제로 뽑던 시절이었다.”

- 소수의 인원으로 노무사라는 새로운 업역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동부에서 노무사 수임료를 딱 정해 놨던 때였다. 노무사 제도에 대한 인식은 낮았고, 사건 수임료도 제도화돼 있지 않아 사무실 운영은 늘 팍팍했다. 생계를 위해 산업재해 사건을 맡으면서 자연스레 건설현장을 마주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건설업 산재사건 수임이 많아졌고 건설현장의 생리와 산업구조, 노동자들의 지위와 노동과정에 대해 이해가 높아졌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2007년부터 건설업에 집중하게 됐다.”

정부가 조장한 ‘빨리빨리’
“최저낙찰제가 산업안전 투자 막아”

- 건설업 노사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건설업 구조상 산업안전이 가장 취약하다. 우리가 아는 메이저 건설회사 대부분 직접 시공하지 않는다. 턴키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준다. 대부분 최적낙찰제다. 기술이나 사회적 배려, 역량을 보는 게 아니라 가장 싼 가격만 본다. 정부가 조장한 측면도 있다. 부동산정책에 따라 공공주택 몇십 만 호 공급, 신도시 건설 속도전을 담당한 LH 등 공공공사도 최저낙찰제를 한다. 최저낙찰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안전에 쓸 예산과 인력을 지워버린다는 점이다. ‘빨리빨리’가 우선하니까 산업안전 규정을 지킬 수가 없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 관리시스템 구축 컨설팅을 많이 했다.”

- 윤석열 정부 들어 건설 경기가 바닥을 쳤다.

“부동산은 파이낸스다. 돈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분양제이기 때문에 돈이 이 든다. 금리가 오르면 건설업은 침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건설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 불황으로 건설업 노동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앞으로 전망은?

“건설업 경기가 살아나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곡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능공들이 탄탄한 숙련을 바탕으로 공사를 했다. 요즘은 고도의 기술집약이 필요한 부분만 소수의 엔지니어가 담당하고 대부분은 사전 제작된 반제품으로 현장에서는 단순반복 업무를 한다. 외국인도 3개월 정도의 짧은 훈련으로도 현장 투입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 윤석열 정부 시절 건설노조가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이재명 정부에서 건설업 노사관계는 달라질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 이전에 문재인 정부를 봐야 한다. 노조 간 경쟁이 심했다. (노조가) 현장 출입을 막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줬는데 공권력이 노사 분쟁이라며 방치했다. 현장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으니 절망했다. 일부 소수의 일탈도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그 일부를 문제 삼아 전체를 몰아쳤다.”

“건설 인건비 올리는 4.5일제, 아파트 분양가도 부추길 것”

-  새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건설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근로시간이 인건비와 직결되는 만큼 아무래도 4.5일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상승하고 4대보험을 비롯한 전체 인건비가 오른다. 인건비가 늘면 아파트 분양가도 들썩일 것이다. 건설현장은 실질적 지배력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노란봉투법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4개 노무법인을 통합한 ‘더원컨설팅그룹’에서 이 노무사는 건설부문인 더원이앤씨 노무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더원인사노무컨설팅그룹은 지난해 인사노무 서비스 종합 컨설팅 법인을 지향하며 사명에 있던 ‘인사노무’를 지웠다. 41명의 노무사와 25명의 컨설턴트가 소속돼 있다.

이 노무사는 “김앤장처럼 독립성과 협업을 병행하는 구조를 지향한다”며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되, 노무사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건설현장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일터가 되려면, ‘안전’과 ‘공정’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바뀌는 건 중요하지만, 제도를 집행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반복된 사고의 이면에는 ‘관행’이라는 말로 포장된 무책임이 있었죠. 이제는 바꿔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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